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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유력불구 일부선 여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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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유력불구 일부선 여전 “의문”

입력
1994.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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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본 김일성 사망원인/조기 권력이양위해 사망방조 추측도 『8일 새벽 2시 급병으로 서거했다는 것을 9일 낮 12시를 기해 전체 인민들에게 알린다』는 북한당국의 공식발표에도 불구, 「김일성주석은 언제 어떻게 사망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의 사인은 그 자체가 한반도 안보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이 스스로 발표한 「사망원인 결론서」에 의하면 심장혈관 동맥경화증으로 치료를 받아오다가 7일 심한 심근경색이 발생하고 심장쇼크가 겹쳐 발생했고 모든 치료를 한 후에도 심장쇼크가 심화됐으며 8일 새벽2시에 사망한 후 9일 병리해부진단에서 이같은 경과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추론해 보면 김주석은 지병이 악화돼 적어도 6일부터 급환상태에 들어갔으며 7일에는 「사실상의 사망상태」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8일 새벽 「의학적인 사망진단」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9일 아침까지 부검에 의한 사망원인 확인작업을 거친 뒤 이날 상오 10시부터 사망사실 발표(낮12시) 예고방송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추론을 토대로 정부는 『노령의 김주석이 갑작스런 과로로 지병인 동맥경화증이 심장마비로 이어져 사망했다』는 자연사 쪽에 가장 큰 심증을 두고 있다. 정부고위관계자는 10일 『평양의 상황, 더구나 김주석의 사저 안에서 일어난 일을 점치기는 불가능하다』고 전제, 『다만 북한당국의 발표내용과 발표시기, 그를 전후한 외부적 정황등을 분석해볼 때 반대세력에 의한 피살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김주석의 사망이 북한권력내부에 지극히 갑자기, 그리고 은밀하게 다가온 것만은 사실』이라면서 『북한체제의 속성상 김주석 주변에서 볼때는 「자연사인 지병」일 수있으나 북한 주민들에게는 「사고사」로 다가설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이고 있다. 향후의 북한 정정이 지대한 관심으로 다가서는 것도 이 대목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가 제시하는 정황중 가장 중요한 대목은 김주석 사후의 북한이 아주 평온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여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주석 이후의 실질적인 권력서열을 표시하는 2백73명의 장의위원 순번이 즉각 발표됐으며 장례식 준비가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며칠전부터 「준비」가 있었다는 것이며 따라서 아직까지는 김주석의 사망이 권력의 축을 흔들어 놓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황을 전제하면서도 「피살등의 사고사」를 상정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김주석이 반대파에 의한 음모나 개인적인 사고로 피살됐다 하더라도 그 반대파나 개인이 김정일등 김주석의 충복에 의해 즉각 진압 또는 체포됨으로써 권력구조가 당장 복원력을 회복했을 경우이다. 지난 79년의 「10·26 박정희대통령 시해사건」이 하룻밤 사이에 원상회복됐던 것과 비슷한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독재체제가 갖는 「권력의 관성 현상」은 당시의 우리와 지금의 북한이 비슷할 수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 역시 배제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사망에서 발표까지의 34시간은 북한내부의 성격을 감안할 때 피살과 역피살, 혹은 음모와 진압의 과정이 있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그같은 징후는 전혀 없다』고 단정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그같은 사건을 일으키려면 북한내부에서 김정일에 버금가는 권력을 갖는 김주석의 측근세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한 세력이 역으로 제거됐다면 분명한 움직임이 포착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김주석의 측근이나 북한의 권력층 중에서 장의위원 명단에서 제외된 그룹이 단 한명도 눈에 뛰지 않는다는 점도 이를 입증하는 대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사고사」의 가능성으로 상정될 수 있는 것은 강경론자 중심의 후계세력이 권력이양의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방편으로 김주석의 사망을 방조했을 가능성이다. 이른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방조살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고위급회담과 남북정상회담등 북한의 대화정책이 김주석주도로 절정에 달한 시점에 김주석이 「알려진 지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이같은 추론을 가능케 하고 있다. 정부가 우려하는 사인중 가장 우려스러운 경우이다.왜냐면 이  경우 그동안의 대북대화노력은 원점으로 회귀할 것이며 한반도위기의 새로운 출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정병진기자>

◎해외서 본 김일성 사망원인/강경파 측근들의 암살가능성에 초점

 김일성주석은 진짜 심장쇼크에 의한 자연사였을까.

 북한당국의 공식발표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일부 언론 및 해외인사들은 이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다각도로 사인분석을 하고 있다. 이들 언론 및 인사들은 김일성사망과 관련해 모종의 흑막이 연출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특히 김정일 지지파에 의한 독살가능성 내지 후계권을 둘러싼 정파간 권력암투가 빚어낸 암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언론

 일본의 교도(공동) 통신은 9일 『김주석의 돌연한 사망이 미국과 북한간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등과 관련해 이상하게도 시기가 일치해 있다』며 자연사로 생각키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교도통신은 미국의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김주석의 사망이 모종의 북한내부 항쟁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그의 사망이 자연사가 아니고 암살됐다면 가해자는 온건파가 아닌 강경파일 것』이라고 추론했다. 이 통신은 『그가 자식인 김정일파에 의해 변을 당했다고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는 또다른 소식통의 말을 전하며 무력정변보다는 측근에 의한 암살가능성에 비중을 뒀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도 김주석의 사망에 모종의 흑막이 깔려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김일성의 사망은 많은 의문점을 남긴다」는 9일자 해설기사를 통해 그 의문의 초점을 아들인 김정일의 괴팍한 성격에 맞췄다.

 워싱턴 포스트는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일은 수수께끼에 휩싸인 인물로 미국의 많은 고위관리들이 그를 「난폭한 행동을 할 성향이 있는 위험한 괴짜」로 평가해 왔다』고 말해 김정일 지지세력이 김주석의 죽음에 직간접으로 개입됐을 가능성을 은연중 시사했다. 

 이 신문은 이와 관련, 카터전미국대통령이 지난달 평양방문시 김정일과 면담을 주선해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끝내 성사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카터―김일성회담 현장을 단독취재했던 미국 CNN TV의 마이크 치노이기자는 CNN방송에 나와 『김주석의 돌연한 사망은 고령에 의한 자연사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가 극비리에 진행된 쿠데타에 의해 제거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하는 북한소식통들도 없지 않다』고 말해 피살가능성을 언급했다.

 치노이기자는 이와 관련, 『불과 한달전 평양을 방문취재할 당시만 해도 김주석은 아주 건강한 모습이었다』며 김주석의 사망에 대한 북한당국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국의 한 TV방송도 지난 9일 저녁뉴스에서 김주석의 피살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방송은 『김일성의 사망발표가 34시간이나 늦게 발표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쿠데타등 권력내부 암투에 의해 김일성이 사망했을 공산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해외인사

 북한에서 탈출한 뒤 일본에서 북한체제 타도운동을 벌이고 있는 「조선민주통일구국전선」의 박갑동 상임이사장(75)은 10일 『김일성이 병으로 죽었다는 것은 매우 의심스럽다』며 김정일 세력에 의한 독살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는 지난해 6월부터 서로의 사이가 극도로 악화됐다』며 『더욱이 최근 김일성이 미국과 대화노선을 재개하고 남북정상회담에 응하는등 온건노선을 취함에 따라 김정일이 위기감을 갖고 아버지를 독살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핵무장 밖에 살길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김일성 눈에 벗어나 최근 최대의 위기를 맞은 김정일이 김일성을 제거한 것이라며 『24시간 내내 주위에 수많은 의사들이 돌보고 있는 김일성이 심근경색으로 하루만에 죽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내부 사정에 밝은 중국 요령성 단동시의 한 조선족 소식통은 『김주석이 이미 며칠전부터 병세가 위중했다면 그동안 사망에 대한 준비가 돼 있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꽤나 서두르는 듯한 인상이어서 그의 죽음에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며 더구나 장남이자 후계자인 김정일이 아직까지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북한에 머무르고 있는 미국의 자유기고가인 데니스 보하넌은 9일 미국언론과의 국제통화에서 『미확인 정보에 의하면 북한에 쿠데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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