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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후 34시간 북에선 뭘했나/충격최소화·내부동요제거 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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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후 34시간 북에선 뭘했나/충격최소화·내부동요제거 만전

입력
1994.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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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권력승계 시나리오 마련 김일성북한주석이 사망한 후 관영방송이 그 사실을 발표할 때까지의 34시간동안 북한내부에선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 구소련등 과거 공산폐쇄사회의 전례에 비춰볼 때 김주석의 사망사실 공개시점이 예상외로 신속했다는 시각도 적지않으나「베일의 34시간」에 대한 궁금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돌연히 닥친 김주석 사망의 충격을 최소화 하면서 내부동요의 소지를 사전제거하는 일련의 움직임들이 최고권부에서 긴박하게 돌아갔을 이 짧은 시간은 북한의 앞날을 결정한「운명의 궤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정보당국은 김사망을 전후한 북한권력층의 동태를 추적하며 특히 「34시간」을 요리하는 현장에 있었던 인물들을 탐지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누가 임종을 했고 장의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했으며 어떤 일들이 진행됐느냐의 문제는 향후 북한권력의 향배를 점치는 결정적 잣대인 까닭이다.

 정부관계자들의 관측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핵심권력층은 김주석의 사망을 사전에 어느 정도 예측했던 것 같으며 이는 김사망 이틀전부터 부쩍 늘어났던 김정일 찬양보도와 김의 심근경색 발병일(7일)을 굳이 밝힌 것으로 뒷받침된다.

 북한방송이 김주석의 사망사실과 함께『우리혁명의 선두에는 주체혁명의 위대한 계승자이신 김정일동지가 서 있다…우리당의 새로운 영도는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계승완성하여 나갈 수 있는 확고한 담보로 된다』며 후계체제를 공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김주석사망발표 4시간 후부터 남방한계선 북한군초소의 대남방송이 김정일을「각하」라고 칭송하며 찬양일색의 찬사를 늘어놓은 것등도 김사망 이후 하루남짓한 시간에 북한의 권력심층부에서 신속히 진행된 일련의 「작업」을 엿보게 한다.

 특히 북한이 예상을 뒤엎고 10일 최고인민회의소집을 긴급지시하며 사실상 후계를 굳히는 수순에 착수한 것은 김주석 사망 후 30여시간만에 권력승계의 치밀한 시간표가 이미 짜여졌음을 반영한다. 관계당국은 김정일의 「영도」를 부각시키는 일련의 시나리오 작성에 관계한 극소수「이너 써클」의 멤버로 오진우인민무력부장등 3∼4명의 혁명1세대와, 김용순대남당당비서등 2∼3명의 혁명2세대를 우선 지목하고 있다. 아울러 계응태대남담당비서 권희경대외정보조사부장 강주일통일전선부장등의 정보 및 주민통제 담당자들도 참석, 50년 1인체제의 돌연한 붕괴에 따른 주민들의 충격과 공황화현상을 적절히 제어하는 방안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우리는 물론 첨단통신 감청시설을 가진 미국도 완전히 까막눈으로 만들었으며 북한주민들도 권력심층부의 권력이동 과정에서 철저히 차단시킨 것으로 보인다. 8일 상오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남북 경호관계자접촉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하오엔 제네바에서 북미3단계회담이「아무일 없는듯」 열린 것이나 북한측 회담참석자들의 언행에서 이상기류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던 점등은 역으로 북한지도층이 김주석의 사망을 철통보안하며 일을 진척시켰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측은 9일 상오에도 남북정상회담 대표단의 신변안전각서를 우리측에 태연히 전해오기도 했다.

 북한권력 심층부에서 34시간동안 전개된 상황은 조만간 드러날 후계체제의 면면에서 더욱 분명해지겠지만 김주석 시신의 부검사실까지 밝힌 점을 볼 때 사인에 의혹이 없다는 점을 내외에 강조하는 효과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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