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면서도 어딘가 아쉽다”/월남교인들 착잡한표정 예배 김일성주석 사망이후 첫 휴일인 10일 실향민들은 교회예배와 동창회 향우회등 모임에서 김주석의 죽음을 반기면서 통일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을 기대했다.
대표적 실향민교회인 서울 중구 저동 영락교회에는 이날 실향교인 8천여명이 몰려 남북대화국면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이 오히려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하길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상오 11시30분에 열린 3부예배에서 최창근장로(80)는 『김일성의 죽음으로 북한 내부에 변화가 일어나 우리들의 소원인 평화통일을 하루라도 앞당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실향민 이춘화씨(87·여·송파구 가락동)는 『김일성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보다 교회에 더 빨리 나와 친구들과 고향이야기를 나누었다』며 『김일성의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평화통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역시 월남교인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교회의 상오11시 예배에 참석한 5천여명도 착잡한 표정으로 지난 세월의 핍박과 김주석사망의 의미를 되새겼다.
교회 당회장 신성종목사(57)는 설교를 통해 『6·25사변을 일으켜 많은 동포들을 죽게한 장본인이 하나님앞에 회개하지 않고 세상을 떠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로 김일성이 마지막으로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하도록 기원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92년 평양을 방문, 김주석을 만났던 정원식전총리도 예배에 나와 『2년전만해도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대표들을 맞았던 김주석이 갑자기 사망해 무척 놀랐다. 향후 북의 변화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유연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해 송화군이 고향인 박인덕씨(70·여·서울 강서구 화곡동)는 『김일성이 죽어 통일이 막 다가온듯한 느낌』이라며 『하루빨리 고향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서울 중구 오장동 함흥집 흥남집, 중구 필동 필동면옥, 강남구 논현동 평양면옥등 평소 실향민들의 사랑방이던 냉면집에도 이날 상오부터 동창 또는 가족단위 실향민들이 모여 김주석사망에 대한 후련함과 아쉬움을 나누었다.
함경남도 흥남시 서호국교, 중앙국교 동창회인 「우정회」회원 10여명은 오장동 흥남집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앓던 이가 빠진 것같다』면서도 『정상회담이 성사돼 이산가족왕래길이라도 열리기를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교실에 스탈린사진과 함께 걸려있던 김일성사진이 기억난다는 염풍자씨(54·여)는 『소식을 듣자마자 너무 기쁜 마음에 동생집에 전화를 걸어 「고향에 갈날이 빨리 오지않을까 싶으니 돈을 좀 준비해야되지 않겠느냐」고 흥분했다』면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오히려 그날이 더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평양면옥에 모여든 실향민들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산의 고통을 강요한 전쟁을 일으켰던 장본인이 죽어 속이 후련하다』면서도 정상회담이 무산돼 모처럼 찾아온 남북화해무드가 사라지지나 않을까하는 우려가 엇갈렸다.
평양면옥 주인 김호성씨(41)는 『실향민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며 『대부분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었다가 김주석의 사망으로 고향가는 길이 멀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위원회와 이북5도청등 실향민단체들도 이날 비상근무를 하며 실향민들의 문의전화에 응답했으나 정보가 제한돼 답답한 표정이었다.<선연규·김성호·염영남기자>선연규·김성호·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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