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상황」 분석못해/발표예정 논문 수정 불가피/김정일 자료 거의없어 난감 김일성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은 북한연구 학자들과 연구기관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북한과 통일문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북한은 물론 한반도 주변정세의 기본 구도가 급변, 연구의 기본틀과 학문적 입장등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또 북한 및 통일문제를 주제로 한 연구논문이나 학술대회등을 준비하는 학자들도 발표논문을 일부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동적인 북한정세를 가늠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아 난감해 하고 있다.
18일부터 열리는 한국정치문제에 관한 세계학술대회를 준비해 온 한국정치학회는 이미 해외 학자들을 포함한 참가 학자들의 논문이 모두 제출돼 인쇄에 들어간 상태여서 당혹해 하고 있다. 특히 대회 이틀째부터 2일간 「북한과 통일」을 주제로 예정된 7개 분과의 발표논문을 일부 수정해야 하는 형편이며 급히 김일성 사후의 북한 전망을 주제로 채택했다.
제주대 김영수교수(37·북한정치)는 『북한의 폐쇄된 정치·사회체제에 대한 충분한 기본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김일성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에 따른 권력구조의 변화는 연구학자들에게 큰 공백을 안겨주고 있다』며 『모택동사망이나 구소련 붕괴 직후 우리 학계가 겪었던 것과 같은 당혹과 혼란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공백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부족한 기존자료를 근거로 한 예단이나 추측을 피하고 냉철한 상황 판단과 분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오랜 북한연구가인 강인덕극동문제연구소장(62)은 『김일성의 정치행태는 장기적 관찰과 분석이 축적돼 있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으나 김정일의 정치행태에 대해서는 축적된 자료나 분석틀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이때문에 북한의 권력구조와 정치체제 자체가 격동하는 중차대한 국면에서 검증된 유용한 분석틀을 갖고 김정일의 행태나 변화의 방향을 정확히 예측, 올바른 대응정책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유길재선임연구원(36)은 『「북한의 권력구조변화가 통일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원고를 청탁받아 집필을 끝낸 상태에서 김주석이 사망, 휴일에도 연구소에 나와 원고를 다시 쓰고 있으나 정확한 상황 분석이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학회지에 「해방 50주년 대특집」을 준비해 온 한국정치외교사학회는 김주석 사망과 한반도 정치정세의 근본변화에 맞춰 주제자체를 바꿔야 하는 다급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밖에 대학원 석·박사과정 졸업생들은 논문 인쇄가 끝난 상황에서 내용을 수정할 수 조차 없어 안타까워 하고 있다.<권혁범기자>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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