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사망 청와대·관가표정/“민족장래 깊은논의 바랐는데”/정부,북서 발표때까지 모른듯 북한 김일성주석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9일 정오께부터 청와대 통일원 국방부 외무부등 정부부처는 긴급회의를 잇달아 열고 대책마련에 분주했다. 정부는 특히 만일의 사태에 대비,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한편 국민에게도 동요없이 일상생활을 계속할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
김영삼대통령은 이날 낮12시2분 김주석의 사망에 대한 보고를 듣고 즉각 이병태국방장관등에게 전군비상경계태세 돌입과 국가안전보장회 소집을 지시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여성정책심의위원회위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기위해 오찬장에 들어선직후 예고된 북한방송내용을 체크한 공보팀이 오찬에 배석한 주돈식공보수석과 김석우의전비서관을 거쳐 전달한 메모를 받아보고 한동안 아무말없이 메모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는 것.
이때 주수석이 먼저 『북한 김일성이 죽었다』고 밝히자 참석자들은 아연해했고 김대통령은 오찬장밖으로 나와 전화로 관계장관을 불러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 김대통령은 이자리서 주수석에게 『정부는 어떤 사태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민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국민은 정부를 믿고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기바란다』고 당부하고 이를 발표토록 지시했다.
하오2시 긴급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한 김대통령은 『보름후면 남북정상이 함께 모여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장래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계획이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주석의 사망사실을 이날 낮 12시 북한의 특별방송이 있을 때까지 알지 못했다.
북한방송이 상오 10시 「정오 특별방송」을 예고했을 때도 그 내용이 김주석 사망발표일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김정일의 당총비서직 승계등 중요한 권력서열 이동정도일 것으로 생각하는듯 했다. 통일원등의 보고도 비슷했다. 이날 북측이 13일 방북하는 남북정상회담 우리측 1차선발대의 신변보장각서를 전달한 것도 북측 실무진 역시 아무것도 모른채 한 일이지만 우리당국의사태파악을 어렵게 했다. 북측의 통신증가등 이상징후도 없었다. 결국 김주석 사망후 34시간동안 정부는 북측의 철저한 보안때문에 전혀 낌새를 채지못한채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하다가 당혹한 순간을 맞은 셈이다.
▷국방부◁
국방부는 이날 북한의 김일성사망 보도 이후 김영삼대통령이 이병태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군의 조치를 지시하자 12시20분께 차관보급 이상과 합참 본부장급 이상 간부가 참석한 1급참모회를 열었다.
10분 가량 계속된 회의에서 국방부는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전군에 특별경계령을 내리기로 결정했으며 12시50분께 이양호합참의장이 기자실로 내려와 이 사실을 발표했다. 전투복 차림의 이의장은 특별경계령발동에 따른 조치사항을 간단히 읽어 내린 뒤 바로 집무실로 돌아갔다.
국방부는 경계령을 통해 주요지휘관과 참모들이 지휘소내에 대기토록 했으며 전장병의 외출 외박과 휴가를 중지하고 각급제대에 초기대응반을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 국방부는 특히 군사접점지역에서 어떠한 충돌도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고 지시했다.
▷통일원◁
이날 「낮12시께 특별방송이 있을것」이란 북한방송 보도를 접한후 예의 주시하던 통일원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김일성사망 소식이 튀어나오자 「카운터 펀치」를 맞은듯 매우 당혹스럽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외무부◁
외무부는 김주석의 사망이 북한 내부는 물론 남북관계, 동북아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면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 주변 4강과 긴밀히 연락을 취해가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승주외무장관은 김주석의 사망소식을 접한직후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과 제네바에 있는 북미 3단계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국무차관보등과 전화통화를 갖고 향후 대책을 숙의했다.<최규식·손태규기자>최규식·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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