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통제력이 관건… 내부혼란 소지도/대외정책은 단기적 폐쇄장기적 개방/체제붕괴시발 2∼3년내 큰변화 가능성/권력층 교체따라 남북관계·핵문제 긍정적 작용할수도 북한의 김일성주석 사망이후 한반도를 축으로 한 동북아 정세 및 세계정세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김일성사망이후의 정세변화 추이와 북한의 권력이행 과정, 그리고 북한체제를 비롯, 내부에 어떤 변화가 올것인가를 한 미 일의 북한문제 전문교수들의 긴급진단을 통해 살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북한의 권력승계는 예정대로 김정일에게로 이뤄질 것인가.
▲하용출교수:북한당국이 김일성의 사망소식에 이어 오는 17일 김일성장례식의 장례위원장으로 김정일을 발표했고 장례위원명단이 지금까지의 북한노동당의 서열인 점으로 보아 김정일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또한 이는 단기적으로는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장례식이후 수개월이 중요한 시기로 김정일의 장기집권여부가 구체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가미야 후지:김정일은 김주석이 살아있을 때부터 후계자의 지위를 밟아왔기때문에 특단의 사정이 일어나지 않는 한 권력은 김정일에게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2∼3년안에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김형국교수:김정일은 1970년대 이후 북한의 제 2인자로 주체사상을 비롯해 국내문제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김일성의 사인이 보도된 바와 같이 심장마비에 의한 자연사라면 「디어 리더(친애하는 지도자)」로 불려온 김정일에게로의 권력승계가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다.
―북한전문가들은 김일성 사망이후 군부의 동향을 북한권력체제의 중요한 변수로 전망해 왔다. 군부및 권력내부 동향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김형국:군부및 권력내부의 동향을 정확히 분석하기에는 정보가 너무도 미약하다. 그러나 과거 2∼3년 사이에 일어난 북한의 인사이동을 고려해 볼 때 군부와 권력계층에 이미 김정일의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김정일 세력 내부의 분열이나 대내외 정책에 큰 실수가 없는 한 큰 변화는 당분간 없으리라 본다.
▲가미야 후지:김정일은 김일성만큼 완전히 군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일성이 생존시 김정일을 군총사령관으로 임명해 군에 대한 통솔력을 키우려했지만 성공한 것같지는 않다.그러나 군부는 새롭게 변화하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하기때문에 외부에 위협을 줄 수 있을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
▲하용출:북한군부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예측하기가 힘든 문제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체제의 군사,군부의존도가 지극히 높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이 곧바로 군이 정치권력에 도전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한군부는 김일성 1인 독재체제하에서는 안정돼 있었으나 군최고통수권자인 그의 사망으로 단기적으로는 침묵할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볼때는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일성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이 올 것인가. 그것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가미야 후지:김일성의 사망이후 절대권력은 계속되겠지만 김일성이 누렸던 만큼의 초월자적인 권력은 없어질 것이다. 새로운 체제로의 변화의 움직임은 불가피하며 그만큼 남쪽과의 대화 필요성은 높아지게 돼 남북관계는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북쪽 회담의 당사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유산될 전망이 높다.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의 고위급회담도 연기가 결정된 것에서 알 수 있듯 미국도 북한의 태도와 앞으로의 사태진전을 지켜볼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하용출: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3단계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것으로 보도됐다. 따라서 북한의 정상이 없는 상태여서 일단 남북정상회담은 불가능하리라 본다. 이를 위한 남북예비접촉도 당분간 정지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북한권력의 공고화 속도와 안정정도, 정권의 성격에 따라 회담의 재개와 내용이 결정되리라고 본다.
▲김형국:당장은 부정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근 북한의 대한·대미 정책 그리고 핵정책에 나타난 일련의 변화는 김일성의 주도하에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가 새로운 지도자가 되든 김일성과 같은 수준의 권위는 없으리라 보기 때문에 설사 정상회담이 계획대로 열리든 또는 잠정연기 되든 북한의 새 지도자는 북한권부의 합의도출에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김일성의 사망이 동북아 및 세계정세에 미칠 영향은.
▲김형국:북한의 새로운 권력지도층의 자세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비핵화 및 개방정책으로 신뢰를 쌓지 못할 경우 북한이 동북아 정치 안보에 미칠 악영향은 클 것이며 이는 곧 21세기를 지향한 태평양시대에 큰 도전이 될 것이다.
▲하용출:동북아정세 역시 앞으로 북한에 들어설 차기정권의 성격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가미야 후지:김일성의 죽음은 동북아시아와 세계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핵문제가 해결될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폐쇄적인 국가운영을 하며 1인 절대권력을 행사해온 독재자가 사라졌다는 것은 핵문제가 새로운 해결국면을 맞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에 변화와 개방이 불가피한 시대가 도래했으며 이는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김일성의 죽음은 긍정적이다.
―북한의 대외정책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가미야 후지:북한은 김일성이 살아있을 당시 변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개방으로 인한 체제붕괴의 두려움 때문에 완강한 쇄국정책을 고집하면서 세계에서 고립된 것이다. 김일성은 너무 오래 살았고 너무 늦게 죽었다. 북한이 변화를 맞을 것은 분명하지만 대외관계에서 유연한 대응을 하기에는 체제가 너무 굳어있다는 것이 문제다.
▲하용출:북한의 대외정책도 단기적으로는 방어적인 성격일 것이다. 이는 김일성 장례식에 해외로부터의 조문사절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데서 잘 나타난다.
▲김형국:전반적인 북미관계에 대한 영향으로 우선 시간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핵연료봉제거 후에 중요한 문제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북의 핵투명성보장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일성사후 권력계승문제가 매듭지어질 때 까지는 어느정도 시간이 흐를 것이며 미국을 비롯해 한국및 여러 우방에 결코 유리하지 못한 국면이라고 생각한다.
―김일성의 사망원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용출:김일성의 사망방식이 이후 권력구조개편에 미칠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나 현재 자연사하지 않았다고 의심할 수 있는 점은 발표시간이 늦었다는 것과 해외조문사절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 점뿐이다. 어제까지 정정했더라도 82세 노인이 갑자기 자연사할 수도 있다
▲가미야 후지: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시기가 시기인만큼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정황이나 김일성의 노령, 건강상태등을 종합해 볼 때 정변에 의한 정치적 죽음보다는 자연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충격이후 북한이 개방속도의 완급을 어떻게 조정할 것이라고 보는가.
▲김형국:당장은 알 수가 없다. 오늘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기하기 위해서는 개방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다만 이 문제는 북한의 새 지도층이 열쇠를 쥐고 있다. 오직개방속도를 서둘러 주기를 희망한다.
▲하용출:북한의 개방속도는 당분간 혼란으로 주춤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안정이 이루어지면 김일성사망직전의 분위기로 보아 개혁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한의 정치지도자들이 내분을 겪고 주변정세에 불안감을 느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한과 주변국의 태도는 북한의 향후 정책방향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가미야 후지:북한은 체제의 한계상 개방을 하기 어렵다. 만약 개방이 된다면 그것은 자체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국제적인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한번 물꼬가 터진 개방은 인위적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의 죽음으로 이미 종말을 위한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다.<정리=남영진기자>정리=남영진기자>
□참석자
▲하용출교수 서울대·외교학
▲김형국교수 미 아메리칸대·국제정치학
▲가미야후지교수 신곡불이·일 게이오대명예교수·국제정치학
◎북한방송 김일성사망 발표 요지
전체 당원들과 인민들에게 고함
우리의 전체 노동계급과 협동농민들, 인민군장병들, 지식인들과 청년학생들, 조선로동당중앙위원회와 조선로동당중앙군사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와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은 조선로동당중앙위원회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주석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1994년 7월8일 2시에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온나라 전체 인민들에게 알린다.
전당 전민 전군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서거에 가장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며 깊은 경모의 마음으로 추모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음을 알린다.
1.김일성동지의 영구를 만수산의사당에 정중히 안치한다.
2.김일성동지를 추모하며 7월8일부터 7월17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하며 7월11일부터 16일사이에 조객들을 맞이한다.
3.김일성동지를 영결하는 추도대회를 7월17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엄숙히 거행한다. 평양에서 추도대회가 거행되는 시각에 평양시와 각도 소재지들에서도 조포를 쏘며 온나라 전체 인민들이 3분동안 묵도를 하며 모든 기관차, 선박들에서 일제히 고동을 울린다.
4.애도기간동안에 전국의 모든 기관, 기업소들에서 추도행사를 진행하며 평양시에서 추도대회가 진행되는 시간에 각 도·시·군들에서 추도식을 진행한다.
5.애도기간에 기관,기업소들에서는 조기를 뛰우며 일체의 가무와 유희,오락을 하지않도록 한다.
6.외국의 조의대표단을 받지않기로 한다.
조선로동당중앙위원회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이신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질병과 사망원인에 대한 의학적 결론서.
김일성동지께서는 심장혈관의 동맥경화증으로 치료를 받아오시었다. 겹쌓이는 헌신적인 과로로 하여 1994년 7월7일 심한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장쇼크가 합병되었다. 즉시에 모든 치료를 한 후에도 불구하고 심장쇼크가 증악되어 7월8일 2시에 사망하시었다.
7월9일에 진행한 병리해부검사에서는 질병의 진단이 완전히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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