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된 보혁갈등 표면화 불가피/“원로그룹에 캐스팅보트” 분석도 김일성이 사망함에 따라 그가 지녀온 당총비서와 국가주석등 핵심권력은 일단 김정일에게로 이양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오는 17일까지로 돼 있는 장례절차가 끝난뒤 전당대회 또는 당중앙위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등을 소집해 이같은 절차를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지난74년2월 후계자의 자리를 차지한뒤 꼭 20년동안 권력승계를 위한 물밑작업을 부단없이 벌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새정권이 순탄하게 체제안정을 보장해 나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김주석이 생존하는 동안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보수―개혁간의 갈등은 본격적으로 전면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김일성과 동세대인 인민무력부장등 혁명1세대들의 향배.
오진우당정치국상무위원겸 인민무력부장은 김주석 사후 김정일에 이은 권력서열 2위로 이들의 대표격이다. 장례위원 서열로 볼 때 혁명1세대들은 박성철부주석, 최광총참모장, 계응태당비서, 김철만국방위원등이 당·군의 권력상층부에 여전히 포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이미 상징적인 존재로만 남아 있고 실권은 김정일이 키워낸 2세대에 넘어가 있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김주석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현재 이들은 김정일로의 권력승계를 담보하는 후견인겸 원로그룹으로 전면에 부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의 신정권이 노선전환을 시도할 경우 김일성정권을 뒷받침해온 이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 지는 큰 비중을 지닐 수 있다.
김정일에게로 직접 권력을 이양하는데 문제가 있을 경우 김주석의 친동생인 김영주부주석이 원로그룹을 대표, 상징성이 큰 국가주석에 취임하고 김정일은 당총비서를 맡아 실권을 장악하는 과도체제가 등장한다는 구도도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다.
또다른 주요변수는 군의 동향인데 차수, 대장등 상층부는 이미 김정일이 심은 사람들이므로 당장 동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카리스마를 상실한 북한의 신정권이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고 경제회복에 실패할 경우 쿠데타등 형식으로 군부의 반란의 가능성은 늘 상존한다.
북한의 현정권은 김일성의 족벌체제일뿐아니라 특권을 향유하고 있는 핵심계층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권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김정일체제가 붕괴된다면 직접적인 주민봉기의 형태보다는 이같은 하부의 소요사태를 동반, 당 또는 군부내에서의 궁정쿠데타 형태를 취할 확률이 더 높다.
김일성주석은 북한의 경직된 정치·경제·외교노선을 미처 변화시키지 못한 채 사망했다. 따라서 그의 생존당시 잠복해있던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갈등은 새정권하에서 노선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곧바로 표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더욱이 경제침체, 외교적 고립등 김정일이 새지도자로서 처해있는 상황적 조건은 최악의 상태다. 빨치산 1세대는 아니면서도 보수적인 황장엽당비서등과 강성산·김용순등 중도개혁, 김달현등 개방파간의 시각차는 클 것이며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당·정·군의 신진테크너크랫의 성향도 표출될 것같다. 이같은 갈등을 새정권이 조화시키지 못할 경우 북한정국은 혼미를 거듭하고 김정일정권붕괴후 등장하는 정권이 또다시 단기간내에 엎어질 경우, 자칫 급격한 체제붕괴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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