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대학총장들에 의해 제기됐다고 한다. 1백57개 4년제대학의 총·학장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참석한 거의 모든 총장들이 폐지에 동의하는 의견을 보였다는 것이다. 임명제총장 시절보다 더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대학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 우리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뜻을 먼저 밝히고 싶다.
87년까지는 대학총장 선출은 국·공입은 정부가, 사입은 학교재단에서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임명제뿐이었다. 6·29선언이후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화의 시대조류를 타고 88년부터 대학의 총장선출방식은 교수직선으로 획일화되다시피 했다.
교수들이 총장을 선거를 통해 직접 선출해야만 민주화된 캠퍼스, 자율화된 대학행정이라는 잘못된 풍조 때문이었다.
그러나 43개의 국·공입대학과 40여개의 사입대학에서 6년여동안 시행돼 온 총장직선제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한마디로 말한다면 직선총장제는 임명제이상으로 부작용과 후유증이 뒤따라 그것 역시 최선의 방안이 못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할만하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한 총장들도 체험을 통해 실토하고 있듯이 총장직선제는 대학캠퍼스를 비생산적인 선거수라장화 시켜버렸다. 그로 인해 대학이 지녀야 할 도덕성까지 마비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선거때 패가 갈린 교수사회의 분열과 반목은 정상적인 대학행정을 저해할뿐 아니라 자기대학 교수중에서만 총장을 선출, 우물 안 개구리식의 폐쇄성을 심화시켰다.
학식·덕망·지도력을 갖춘 진짜 총장감교수는 타락한 선거에 휩쓸리기를 꺼려해 오히려 무능한 선거꾼 교수가 총장으로 선출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분열과 파당현상은 선거뒤에도 계속돼 대학공동체가 편가름의 집단이기주의에 휩싸이고 직선총장은 선거공약에 집착하게 되어 소신 있는 대학행정도 할 수 없고 권위나 권한 발휘도 못하면서 교수·학생·교직원들의 눈치나 보다 4년을 허송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임명총장제로 모두 회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임명제는 임명권자인 정부나 재단의 전횡 소지가 많다. 총장 또한 임명권자의 지시나 의중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자명하다. 직선이나 임명제가 수반하는 선거부작용과 후유증을 피하고 선임후 총장이 소신있게 총장 노릇을 할 수 있게 하려면 미국식의 총장선출위원회제, 실례를 들면 포항공대가 최근에 도입한 총장후보추천위원회제를 도입했으면 한다.
그렇다고 이 제도를 모든 대학이 채택하는 또다른 획일화는 피해야 한다. 총장 선출방식 자체를 각 대학의 실정에 맞게 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 대학들도 총장선출 방식쯤은 자율적으로 택할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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