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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과 「KIS동지」/이종구 국제부장(데스크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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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과 「KIS동지」/이종구 국제부장(데스크진단)

입력
199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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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의 세계는 급류를 타고 있다. 빠른 물살로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 가고 있다. 그 물살의 한가운데에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북한주석이 맞대고 앉아 민족문제를 논의한다. 이번에는 뭔가 될것같은 기대감에 야릇한 흥분을 느낀다.○세가지 면모 지녀

 세계가 급류를 타고 있음은 다음과 같은 사실로 입증된다. 6일 대만 3부정책포기. 7일 남북예멘 사실상 무력통일. 8일 제네바 북미 3단계 고위급 회담. 같은날 러시아가 첫 참여하는 나폴리 서방 선진국 7개국정상회담(G7). 16일 사회당출신 무라야마일총리 방한. 그리고 오는 25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바로 그 7월에 역사의 급류를 가로질러 김일성주석을 새삼 되새겨 본다. 우리에게 김일성주석은 세가지의 면모를 지닌 사람이다. 하나는 6·25의 비극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빨갱이 김일성」이고, 다른 하나는 환상적 사회주의 혁명가들에겐 이념의 표상인 「KIS 동지」이다. 또다른 하나는 50년 절대 통치자이면서도 후사가 두려워 권력을 세습해야 하는 노년의 「인간 김일성」이다.

 김일성주석은 6·25 남침의 명령을 내렸다. 그로인해 우리는 엄청난 동족상잔의 비극을 감내해야만 했다. 르완다 내전에서 재현되는 그 수많은 주검들, 그리고 참담한 피란행렬을 우리들은 절대 잊지 못한다. 그래도 모자라 가끔씩 우리 가슴에 못질을 해댔다. 아웅산 테러, 1·21 사태, KAL기 폭파사건등의 배경은 그였다.

 마르크스 레닌의 망령이 사라졌음에도, 그리고 70년간의 공산주의 실험이 끝났음에도, 김일성주석은 여전히 우리 내부의 환상적 사회주의 혁명가들을 선동해 왔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대학가 운동권 학생들과 노동계 사람들을 주체사상에 물들여 사회주의식 민중혁명의 기치를 드높이게 하고 있다. 지난 80년대초부터 그들은 김일성주석을 「KIS 동지」라 불렀다. 그들은 어리석게도 「KIS 동지」를 이념의 표상으로 삼고 있다.

○노년의 티 드러나

 김일성주석은 82세의 노인이다. 외부세계에는 여전히 건강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그도 역시 절대권력자이기에 앞서 인간이다. 노년의 즐거움을 위해 젊은 여자로 구성된 「기쁨조」를 두고 있다. 그를 만난 사람들에 의하면 그도 어쩔 수 없이 식사할 때는 노인의 티를 드러낸다고 한다. 입가에 밥알을 흘린다.

 김영삼대통령이 평양에서 대좌해야 할 사람이 그 세가지의 면모를 지닌 김일성주석이다. 우리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일성주석이 전혀 새로운 네번째의 면모를 갖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남북고위급회담대표로 김일성주석과 몇차례 만나본 사람으로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북한 주석궁이 김일성주석의 이미지 조작을 위해 절묘하게 트릭을 짜놓은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자리배치를 돋보이게 하고 ,마이크의 성능이 현저히 다르며(가는 귀가 먹어 대화할 때 마이크를 사용한다), 포커스가 자연스럽게 그에게 맞춰지도록 카메라의 위치가 반드시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지 조작 트릭

 그래선지 당당하게 미국 대통령을 지낸 카터가 주석궁에서 TV화면에 비칠때 김일성주석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 그렇게 초라하게 보였는지 짐작이 갈법도 하다.

 김대통령은 오는 25일 주석궁에서 그를 만난다. 만약에 있을 법한 이미지 조작의 트릭에 빠지지 않도록 참모진들이 신경을 곤두세워 보는것도 좋겠다. 그러나 더더욱 좋은것은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주석의 새로운 면모가 발견되는 일이며, 이미지 트릭이 공연한 노파심으로 확인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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