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굿속에 인본·평등사상 담겨” 우리의 민간신앙인 무속에도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는 인본주의와 평등의 이념이 들어 있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이사장 김대중)이 7일 서강대에서 「아시아의 전통문화 속에 민주주의의 뿌리가 있는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이 주장은 제사나 굿에서도 민주적 가치의 원리를 끌어냄으로써 관심을 모았다.
박일영교수(효성여대)는 「한국민간신앙과 민주주의」라는 논문을 통해 『무속신앙은 하늘·땅·인간의 질서와 조화를 통한 지상천국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며, 그 조화를 주도하는 인간을 가장 중시하는 인본주의 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정기적인 제천행사를 통해 백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주가무를 즐긴 것은 평등을 추구하는 고대형 민주주의의 한 형태이며, 특히 남녀노소가 귀천없이 공동체 일을 의결했다든가, 주술의 힘을 빌려 남을 해꼬지하려 했던 것에서 민중·여성주도 성향의 저항의식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에 나선 한상진교수(서울대)는 『제천행사에서 나타나는 공동체적 가치는 민주주의의 필요 요소이지만 인권·주권개념이 부족하므로 거기에서 민주주의의 뿌리를 찾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한 후 『그러나 현세 긍정의 자세에서 집단의 연대성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무속은 노쇠한 서구 민주주의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평가했다.【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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