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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진정한 화합까진 “먼길”/무력으로 재통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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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진정한 화합까진 “먼길”/무력으로 재통일 했지만…

입력
199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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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한 체제·동족상잔 후유증씻기 과제/남측지도부 “전쟁 안끝났다” 선언 불씨로/사우디 등 주변국태도도 변수 통일 4년만에 벌어진 전면 내전으로 재분단의 길을 걷던 예멘이 7일 북군무력에 의해 재통일됐다. 이로써 전쟁은 끝났지만 이제 남북간의 대립을 씻고 참된 민족통일을 이루기 위한 난제들은 그대로 산적해 있다. 지난 90년 통일되기까지 그리고 통일이후 지금까지 그랬듯이 동족상잔 끝에 다시 확인한 통일이 완전히 뿌리내리기까지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승리자인 북예멘군대와 패배한 남쪽 군대의 동향에 달렸다. 북예멘이 승리에 취해 남쪽의 분리주의자들을 억압한다면 남예멘군이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저항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간헐적인 유혈사태가 계속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북예멘은 남예멘의 수도 아덴을 장악한 즉시 유엔에 서한을 보내 대사면과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민주주의와 자유,내전중 남예멘쪽을 은밀히 편든 사우디아라비아나 오만을 포함한 이웃 나라와의 선린등을 약속함으로써 화해를 청했다. 북예멘측의 알리 압둘라 살레대통령은 『지금은 다른 어느 때보다 새 시대를 열기 위한 관용과 민족적 단결이 필요하다』며 화합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알리 살렘 알 바이드부통령이 이끄는 남예멘 지도부는 아덴 함락 직전 오만으로 탈출,『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계속 싸울 것을 다짐하고 있어 화약냄새가 아직 깨끗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웃 나라들의 역할도 통일 예멘의 장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개월간 예멘 내전이 진행되는 동안 주변국들은 남북 양측에 말로만 휴전하라할 뿐 구체적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사우디등 주변국들은 살레대통령의 북예멘이 지난 걸프전 때 이라크를 지지한 데 대한 구원이 남아 있어 북쪽을 지원하지도 않았지만 예멘 내전의 전세가 북쪽으로 기울자 분리독립을 승인해달라는 남예멘의 요청도 모른척했다. 이같은 소극적 태도로 보아 주변국들은 앞으로도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힘에 의한 예멘 재통일이라는 현실을 그대로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무력으로 어렵사리 통일을 되찾은 예멘의 운명은 궁극적으로 내부 화합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0년 당시 남북 예멘은 1대1로 동등한 통합을 다짐했지만 그 뒤 현실은 북쪽이 남쪽보다 4배나 많은 인구와 2배 가까운 경제적 우위를 내세워 남쪽을 누르는 형국이 돼 남측의 반발을 샀다. 통일 이후에도 남북이 각각 군대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북쪽의 이같은 독주에 남쪽 지도부가 반발하면서 결국 내전을 불렀던 것이다.

 예멘의 합의통일 장정은 지난 72년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공식화돼 18년의 긴 노력 끝에 얻어진 것이지만 4년만에 전쟁으로 깨졌다가 이제 다시 무력통일로 성격이 바뀌었다. 예멘은 지난 72년과 79년에도 남북 통일 협정이 실패로 돌아간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2개월의 예멘 내전은 준비없는 통일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슬람 전통이 강한 자본주의 북예멘과 사회주의 경제의 실패로 피폐한 남예멘이 하나의 민족이란 토대만으로는 진정한 통합이 어려웠다. 예멘은 남북 모두 아라비아 반도에서 가장 가난한 축에 들지만 남예멘은 통일후 그래도 조금 낫게 사는 북쪽 동족들을 보면서 위화감을 느껴야 했다. 북예멘은 그럴바엔 차라리 따로 떨어져 나가겠다는 남예멘을 힘으로 굴복시키는데 성공했지만 그것으로 남예멘인들의 상대적 박탈감까지 제압한 건 아니다. 예멘이 1차대전의  전후 처리로 1918년 분단된 뒤 1990년 통일되기까지 걸렸던 72년의 세월은 앞으로 이 나라가 참된 통일에 이르기까지 기다려야 할 시간에 비하면 오히려 짧을지도 모른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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