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의 국회는 신·구의 두 가지 모습을 함께 드러냈다. 달라지려는 노력과 타성을 벗어나지 못한 구태가 혼재했다.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이날 여야의원 4명은 신설된 4분 자유발언을 통해 다양한 의사를 표현했다. 모두 현안과 관련된 관심있는 사안이었다. 이들은 규정대로 하루전에 발언을 신청했다.
민주당의 박석무 유인태의원은 대법관 인사청문회 도입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같은 당의 임복진의원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군사신뢰구축 방안을 제안했다. 민자당의 이택석의원은 최근 신도시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병태국방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청학련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유의원은 당시 변호도중 법정구속된 강신옥의원의 사례를 들어가며 대법관 「자격론」을 제기했다. 그는 여당을 향해 『시집살이를 많이 한 며느리가 시집살이를 더 시키는 악순환이 없기를 바란다』고 사뭇 호소조의 주장을 폈다. 대법관 인사청문회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상반됐지만 양쪽 모두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이국방의 경솔함을 비판한 이의원의 발언에는 야당도 성원을 보냈다.
그러나 곧이어 나온 구태는 국회의 달라진 모습을 퇴색시키기에 충분했다. 의사진행 발언을 얻어 등단한 민자당의 함석재의원은 의사진행과는 관계없는 인사청문회 반대주장을 폈다. 야당의 인사청문회 도입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하루전이 아니라 즉석에서 신청할 수 있는 의사진행 발언이라는 편법이 동원된것이다. 의사진행에 관한 발언만을 할 수 있도록 한 취지와 동떨어진 주장이 계속되자 야당의석에서는 항의가 빗발쳤다. 함의원의 발언이 끝난 뒤 황낙주의장은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황의장은 『의사진행 발언을 명목으로 다른 얘기를 하면 절대 안된다』면서 『여든 야든 앞으로 취지에 어긋나는 발언을 할 경우 중단시키겠다』고 경고했다.
국회법이 개정된 뒤 국회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양이 아니다. 제도개혁의 뜻을 살리기 위해서는 의원 모두의 성실한 자세가 더욱 필요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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