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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의 기지(장명수칼럼: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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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의 기지(장명수칼럼:1694)

입력
199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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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시 소조수부시장은 한중문화협회 회장인 이종찬의원, 민주당의 조홍규의원등 일행 몇명을 만난 자리에서 『중경과 상해등에 남아 있는 한국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한국 젊은이들이 돌아보는 것은 민족의 자존을 높이는 역사의 산교육이 될 것이다. 이곳을 역사교육의 기지로 삼아달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인사말의 차원을 넘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일보가 연재중인 새 시리즈 「두만강―한민족 한의 물길 1천3백리」를 취재하고 돌아온 젊은 기자들이 쓴 「기자의 눈」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두만강을 보고 온 사람은 어제와 같지 않다』― 중국에서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보고 돌아 온 나는 그말에 깊이 동감했다.

 한중문화협회의 중국방문단 일행중에는 독립운동을 하는 아버지, 할아버지를 따라 11살때까지 상해에서 살았던 이종찬의원과 이정희·이병애·안경식·김상숙·박정숙씨등 광복군의 아내 5명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나 광복군사령부로 쓰이던 건물앞에서 느낀 뜨거운 감회는 그들 독립운동가 유족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국땅에서 헐벗고 굶주리며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고 싸웠던 자랑스런 선조들의 기개를 우리는 가슴깊이 새겼다.

 1909년 10월 24일 안중근의사가 이등박문을 권총으로 쏴죽였던 하얼빈역, 1932년 4월29일 윤봉길의사가 일본군 주둔군사령관 백천의칙을 저격해 10여명을 사상케 했던 상해의 홍구공원, 상해와 중경에 남아 있는 임정청사와 김구선생 숙소등을 둘러본 한국인들은 어제와 같을 수 없다. 한국인들은 그곳에서 우리의 오늘이 어떤 뿌리 위에 자란 나무인지를 보게 된다.

 홍구공원은 노신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지난 3월 김영삼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앞두고 상해시가 급히 공사를 시작했던 윤봉길의사 기념 정자가 아무런 표시도 없이 서 있다. 그의 의거가 있은지 62년만에 한중관계의 새 장을 상징하며 세워진 정자는 아직 마무리가 덜 된 듯 허술하다. 그러나 찌는 무더위속에 공원을 찾아 윤의사가 폭탄을 던지던 거사장소를 돌아본 후 정자에 이른 우리 일행은 그곳에서 굳센 선조의 혼을 만났다.

 중국은 지금 한국인 관광객들을 맞기에 바쁘다. 『작년에는 한국인 20만명이 왔는데, 금년에는 70만명정도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관광가이드들은 말한다. 만리장성등 이름난 관광지에 가면 여기 저기서 한국어가 들리고, 아는 사람들을 몇명씩 만나기도 한다. 비슷한 얼굴, 비슷한 문화권에 속하는 아시아인들이 중국의 문화유적을 돌아보는 모습은 편안하고 친근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중국여행은 관광이상의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독립운동사를 배우는 역사교육의 기지로 삼아달라』는 소부시장의 말은 중국여행을 기획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조언이다.<상해에서·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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