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동통신은 7일자 조간신문에 「장자의 호적수」란 문구가 눈에 뛰는 광고를 실었다. 「장자가 논적인 혜시가 죽자 좋아하기보다는 함께 천하를 논할 사람이 없음을 슬퍼하며 오히려 눈물을 흘렸다」는 중국고사를 인용, 경쟁사인 신세기통신의 탄생을 축하하고 선의의 품질경쟁을 벌이자는 것이 광고의 내용이다. 이 광고를 본 독자들은『근사하다』 『품위가 있다』 『서로 물어뜯는 광고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세기통신측에서도 『이런 광고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면서도 『경쟁사의 등장을 모양좋게 축하하면서 앞으로 과열 출혈경쟁을 지양하자는 뜻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이동통신은 경쟁사를 호적수로 치켜세우고 자신의 이미지도 높이는 최대의 광고효과를 얻은 셈이다.
한국이동통신의 이번 광고는 갈수록 혼탁해지는 광고판의 허를 찌른 듯하다.
최근 라이벌회사들의 과열광고전은 주류 자동차 가전 화장품 음식료업 금융업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걸핏하면 공정거래위에 제소하는등 상대방 흠집내기가 유행이 된 듯하다.
광고계에선 특히 최근들어 광고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 일부 업계의 광고양상에 견주어 한국이동통신의 광고가 독자들의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수준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 경쟁사에 대한 공개적인 비방광고에다 허위·과장광고, 광고의 진위를 둘러싼 법정싸움까지 벌이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우를 범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이동통신은 상대를 치켜세우면서 자신도 올라가는 신사적인 광고의 효과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개방으로 외국사들이 몰려오는 판에 우리 업체끼리 물고 물리는 싸움은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이동통신이 『오는 98년 통신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두 업체가 선의의 품질경쟁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한 것은 통신업계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소비자들도 손쉬운 광고전보다 험난한 품질개발의 길을 택하는 업체를 선택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