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회현서 방북성과 개진 “강한 의욕”/「교섭재개핵분리」 북의사 전달 창구역/노벨평화상 등 개인적명예 염두 행보계속할듯 카터전미대통령이 오랫동안 일본에 머물고 있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도쿄 근교 지바(천섭)시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페스티벌 94」에 참가하는 것이 방일이유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 그는 행사일보다 1주일이나 앞선 지난 2일 일본에 입국한 뒤 일본정부관계자들과 활발하게 접촉을 갖고 현지언론과 수시로 인터뷰를 해 자신의 방북성과와 역할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등 모종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겨왔다.
그는 지난 3일 요미우리(두매)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미3단계고위급회담과 남북정상회담결과가 긍정적으로 마무리되면 일본정부는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북한과의 교섭재개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북일교섭재개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와 여론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일종의 애드벌룬성격의 발언이었다.
일본에서의 카터전미대통령의 역할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6일 도쿄의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한의 김일성주석은 나에게 「일본과의 교섭을 재개해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북한이 교섭재개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또 과거 북일교섭의 최대장애물이 핵문제였다는 점을 의식, 『핵문제는 어디까지나 북미간에 해결돼야 할 문제로 일본과의 교섭재개에 전제조건이 되어서는 안되며 이 문제가 교섭에 영향을 미치리라고도 보지 않는다』고 말한 김주석의 대화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카터는 또 고노(하야)일외무장관을 서방선진7개국 정상회담차 나폴리를 출발하기 직전에 만나 김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히고 『북한이 대일관계를 핵문제와는 별도로 취급하고 싶어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카터는 지난달 북한을 방문하고 귀국한 뒤에도 김주석과 서신을 교환, 평양에서의 합의사항과 대화내용을 재확인했으며 클린턴미대통령에게도 복사본 1부를 건네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김주석이 카터에게 북한의 의사를 미국과 일본의 수뇌에게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맡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터전미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파국을 향해 달리던 한반도정세가 자신의 중재로 일시에 화해와 대화무드로 급진전된 성과에 이어 북일관계까지 자신의 적극적인 역할에 힘입어 개선된다면 노벨평화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개인적 명예」도 염두에 두었을지 모른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도 여러 경로를 통해 일본에 북한과의 교섭재개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며 성사를 위한 산파역을 계속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카터를 가교로 일본과의 국교교섭을 재개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핵시설의 경수로전환을 비롯한 경제적 지원을 노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 91년 국교정상화재개를 위한 1차회의를 시작한 이래 8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여 온 경험을 갖고 있다. 또한 현재 양국은 모두 교섭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만큼 일단 교섭재개의 분위기와 조건이 무르익기만 하면 의외로 쉽게 타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본의 북한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도쿄=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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