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제 50년만에 복고바람/“변동폭 크고 적정 균형환율과 괴리심해”/제한적인 고정환율제도로 복귀하는셈/EU는 이미시행… 미서 꺼릴듯 『세계환율체계를 불안으로부터 탈출시키자』 『자유화가 최고』라며 더욱 큰 폭의 자유변동을 향해 한 방향으로만 줄달음쳐온 국제통화질서―세계환율체계가 지나친 환율의 급등락에 시달린 끝에 이제는 거꾸로 『고정쪽으로 돌아가자』는 역풍에 부딪쳤다. 자유화의 불안정에서 벗어나자는 시도이다. 전후인 지난 44년 브레튼우즈체제 출범당시 고정환율제에서 출발해 자유변동환율제로 일방적인 자유화의 행진을 해오던 국제통화제도가 50년만에 새로운 바람을 만난 것이다.
현재의 자유변동환율제를 폐기하고 「환율변동대」라는 새 제도로 바꾸자는 파격적 주장은 최근 미국의 민간기구인 브레튼우즈위원회가 제기했다. 위원회는 오는 21∼22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브레튼우즈회의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표할 보고서에서 지금의 국제통화질서는 단기적인 환율변동 폭이 너무 심해 불안정하고 적정한 균형환율로부터도 괴리가 심하다고 지적, 이 두 가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제도로 환율변동대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즉, 달러 엔 마르크화등 세계의 주요 통화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시장상황에 따라 춤추듯 불안하게 변동,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으므로 환율을 일정폭이내에서만 움직이도록 되묶자는 주장이다. 환율변동대라는 새 제도는 일정한 기준환율과 변동 폭을 정해 그 범위 안에서만 환율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제한적인 변동환율제―고정환율제 비슷한 체계로 복귀하자는 셈이다. 환율변동대제도의 도입이 실제 성사되려면 절차상 아직 몇년을 더 기다려야 하고 변동 폭의 크기등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된 것은 없지만 환율변동대제도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엄청난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경제문제중에서 핵심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일관계를 보자. 최근 엔화환율은 달러당 1백엔대가 깨졌다.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던 이런 사태로 인해 국제금융시장만이 충격에 휩싸인게 아니다. 각국 기업들도 두자릿수 엔화환율이 당분간 지속되는 것인지, 금방 사라지는 것인지, 혹은 더욱 내려가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지를 못해 마음놓고 투자를 할수 없다. 엔화환율이 1백20엔만 돼도 그럭저럭 가동할 수 있는 사양산업들의 경우 환율이 1백대밑으로 깨지지만 않고 현상유지를 했더라면 시간을 두고 계획적인 구조조정을 했을텐데 「급작스런 두자릿수 엔고」로 「급작스런 가동중단」에 들어가야 했다. 이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이나 낭비 비효율등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새 제도하에서라면 엔화환율을 예를 들어 달러당 1백20엔안팎으로 고정해놓고 미·일간의 무역불균형이 심화되더라도 이를 그대로 유지시킨다. 이로 인해 미·일등 당사자뿐만 아니라 세계각국이 전혀 다른 상황을 맞게 된다. 일단 세계각국은 일정기간은 유지될 안정된 환율속에서 상품생산활동이나 투자확대등을 할 수 있다. 미·일은 무역불균형 축소를 위해 환율을 조정할 수가 없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계속 확대되면 환율은 1백20엔이하로 내려갈 압력을 강하게 받지만 조정할 수가 없으므로 양국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본의 시장개방이나 수입확대, 내수진작책등 「실물조정」을 해야 한다. 무역불균형을 양국간의 통상등으로 해결하고 환율은 건드리지 않아 제3자의 피해를 줄이자는 것이다. 이때문에 새제도의 도입은 미국측이 꺼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지난 80년대부터 역내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브레튼우즈위원회는 84년에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카터 포드등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과 재계 금융계지도자 4백여명이 참여, 화려한 멤버를 자랑하고 있으며 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과 기능개편을 연구하고 있다. 보고서의 작성은 위원회 산하의 브레튼우즈기구 미래위원회(공동의장 폴 볼커전연준이사회의장)가 맡았다. 21∼22일의 기념행사에는 국내에서 사공일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과 신명호재무부제2차관보가 참석할 예정이다.
브레튼우즈는 미뉴햄프셔주의 소움으로 지난44년 이곳에서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한 고정환율제의 시행이 결정돼 이를 브레튼우즈체제라고 칭한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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