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적어 성사 비교적 쉬워/“동질성 회복 선도역” 준비부산 다른 어느 분야 못지 않게 문화·체육계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반세기의 분단기간에도 간헐적이나마 남북교류의 명맥을 유지한 부문이 바로 문화·체육계이기 때문이다. 장차 남북교류와 민족동질성회복의 선도적 역할도 역시 이 부문이 담당하리라는 전망도 관계자들의 기대감을 상승시키고 있다.
남북한 문화·체육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지난 90년10월이었다. 이달 9일부터 13일까지 우리축구팀은 북한을 방문, 처음으로 평양에서 북한팀과 경기를 가졌다. 같은 달 14일부터 24일까지는 우리측 음악인들이 평양에서 열린 범민족통일음악회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이후 남북한은 탁구와 축구 단일팀을 구성해 세계대회에 참가하기도 했고 서울에서 합동 전통음악 공연을 갖기도 했다.
비정치적인 특성때문에 비교적 쉽게 성사됐던 문화·체육교류는 이후 전반적인 남북관계경색에 따라 중단됐으나 여전히 가능성이 큰 분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문화·체육계인사들은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에 대비한 교류준비에 벌써부터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악계는 금년이 「국악의 해」인 점을 감안, 이미 두가지의 대북제의를 해놓은 상태이다. 우선 오는 8월중 중국에서 남북한 및 중국의 민족음악인이 함께 전통공연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또 하나는 오는 11월께 남북한의 모든 굿을 모아 민속악의 형태로 「통일성취굿 모음」공연을 하자는 제안이다.
미술계 역시 남북한 화가들의 합동미술전을 구상하고 있다. 민예총은 오는 10월 서울에서 코리아통일미술전을 개최키로 북한측관계자들과 합의, 통일원등 관계기관과 구체적 절차를 협의중이다.
문학부문에서는 작가들의 방북희망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소설가 김주영씨가 장편 「화척」취재를 위해 방북신청을 했었고 역사소설을 구상중인 다른 작가들도 방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계에서는 북한작품의 저작권협상 및 북한방문기 출판등을 위한 교류가 활성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저작권문제에 있어서는 북한측이 적극적일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종교계의 경우 범종교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오는 8월15일 남북인간띠 잇기 행사의 성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직위원회측은 이미 북한측에 판문점에서 남북인간띠를 연결할 것을 제안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날 경우 성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체육부문의 남북관계 현안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단일팀구성과 2002년 월드컵축구 공동유치등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문제를 다루기 위한 체육회담의 재개등도 당연한 관심사이다. 이에 앞서 북한이 불참을 선언한 오는 10월 히로시마 아시안게임과 개최가 불투명한 내년 5월 평양 동아시아경기 문제등도 남북간에 논의될 여지가 있다. 남북관계에 전반적인 화해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체육부문의 교류는 급속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민간차원과는 별도로 문화·체육교류의 활성화에 대비해 각종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체육부는 우선 「한민족문화공동체」계획에 따라 문헌자료와 작품교류, 문화예술인 교류, 민족동질성회복 실천이라는 3단계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또한 체육교류에 있어서도 친선경기개최, 경기지도자교류 및 교환전지훈련, 체육교류협정이라는 단계적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문화·체육계 각 부문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교류의 성사여부는 역시 핵문제등 정치문제의 해결여부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도 남북정상회담에 국민적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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