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은 경제발전이나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낙후돼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경제의 개방화·국제화시대에 우리 경제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금융의 선진화가 최우선과제의 하나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의 자율화 즉 관치금융의 탈피가 시급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민영화된 금융기관(은행)이 경영능률을 제고, 세계경쟁에서 낙오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금융산업의 경영능률 최적화를 신속히 실현할 수 있는 것인가. 이것이 우리금융산업의 최대 당면현안이다.
새정부는 이 문제를 타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작년 2월 발족과 더불어 신경제정책의 일환으로 금융전업기업군제의 도입을 제시했었다.
이 제도에 대한 기본구상은 산업자본(재벌)이 금융까지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과 독립된 금융자본을 형성하여 이 자본의 책임아래 은행을 효율적으로 경영토록 하자는 것이다. 바꿔 말해서 현재 민간지배 대주주가 없는 은행들에 대해 산업자본이 아닌 자본을 대상으로 주인을 찾아줌으로써 책임경영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전업군제 도입에 대한 회의도 적지 않았다. 재무부는 지난 6일 한국금융연구원 주관아래 「금융기관(은행)소유구조개선방안―금융전업자본 도입방안을 중심으로」를 공청회에 부쳤다.
이 공청회에서도 금융전업군제도입문제에 대해서 찬·반이 팽팽히 엇갈렸다. 지지하는 측은 단기간내의 금융산업경쟁력확보를 위해서 금융전업군제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인이 없는 현행의 상태에서는 지금까지의 은행의 경영실태로 봐 책임경영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반대하는 측은 주인이 있는 것이 반드시 경영의 효율화를 보장할 수 없으며 실물경제에 대해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주장하면서 금융에 대해서는 소유와 경영의 일체, 즉 소유의 경영지배를 추진하는 것이 모순된다는 것이다.
재무부측은 금융전업군제는 공청회에서 논외로 하겠다고 밝혀 현재로서는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명시했다. 재무부측은 현행체제대로 금융자율화를 계속 추진하면서 은행의 자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안과 대주주협의회를 두어 주주의 감독체제를 마련하는 방안, 금융전업자본가제를 도입하는 방안등 실질적으로 3개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금융전업자본가에 대해 금융, 세제상의 특혜 배제를 명백히했다. 현실적으로 은행등의 인수에는 3천∼4천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므로 이러한 자본가는 출현할 수 없다. 재무부측은 대주주협의체를 둔 현행의 「경영자에 의한 책임경영체제」를 선호한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결국 열쇠는 정부와 정치권이 얼마나 금융의 자율권을 보장해 줄 것인가에 달려있다. 금융전업군제의 도입도 새로운 금융재벌창출보다는 자율·책임경영의 정착에 역점을 둔 것이다. 정부는 은행의 책임경영이 은행장 인선등 금융자율화의 진척여부에 좌우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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