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궁금한 것은 김일성주석이 어떤 문제들을 제기하고 어떤 주장을 펼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날 여러 대화에서 사전에 의제가 정해졌음에도 엉뚱한 제안들을 했던 북한이기에 이번 경우 고성능의 선전성제안들을 낼 여지가 다분히 있다 하겠다. 이런 북한에 대해 정부가 김영삼대통령이 제시, 강조할 문제들을 각분야에 걸쳐 다각적으로 검토 종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 일부 부처들이 위상과시를 위해 저마다 화려한 대북협력 방안들을 흘리고 또 대표단에 참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지를 모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내용자체는 철저히 보안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노동신문, 중앙통신 및 방송등 선전매체들의 보도자세를 보면 심상치가 않다. 『회담의 성과는 민족자주정신에 달려있다』며 「민족단결」과 「자주정신」을 잇달아 거론하면서 이것들이 평화와 통일문제의 핵을 이룬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의 정당성 부각과 선전에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점이다.
이같은 선전을 볼때 김일성이 회담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거론할 것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다. 작년4월7일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회의에서 채택한 10대강령의 내용과 의도는 분명하다. 겉으로는 자주적·평화적 중립국가창립, 공존 공영 공리도모, 북침과 남침·승공과 적화 모두를 버리고 단합, 전민족의 연대성강화등을 내세우지만 실은 그들이 지난50여년간 적화를 위해 줄기차게 내세워온 군축과 고려연방제통일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일성은 어느 것보다 우선해서 분단50년인 내년을 「통일원년」으로 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남북이 적대행위 전면중지, 10만감군을 시작으로 군사력 대폭축소, 남북이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연방을 형성하는 이른바 고려연방추진등을 또다시 제기할 것이 틀림없다.
김일성은 특히 이 회담을 미국과 일본등을 겨냥하여 국제적으로 이미지쇄신을 위해 대대적인 평화공세의 기회로, 안으로는 남측이 고개를 숙였다는 허위선전을 통해 내부통제강화와 체제유지의 기회로 삼을 것임을 정부고위관계자들은 분명 알아야 할 것이다.
때문에 김대통령은 김일성이 평화, 자주, 공영, 단결등 아무리 화려한 용어들을 내세워 주장을 편다해도 조금도 흔들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런 정신에 합의해서 담은 7·4성명과 기본합의서등을 지키지 않는 점을 조목조목 반박해야만 한다. 첫 정상회담에서 50년간 얽히고 맺힌 모든 문제들을 풀려해서는 안된다.
김대통령은 김일성에게 지키지도 않을 평화약속보다는 과거 핵규명과 함께 핵개발포기를 해야만 남측이 경제등 모든 부문에서 적극 협력하고 대외관계 개선을 지원하며 나아가 북체제인정을 할 것임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진정 민족을 생각한다면 이산가족의 재회에 즉각 동의, 실천할 것도 촉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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