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문맥상 새제안으로 보기어려워/미래지향적 내용… 북흥미 끌수있을듯 북미 3단계회담의 미국측 대표인 로버트 갈루치국무차관보가 미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가진 최근인터뷰에서 「북한과의 전면수교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을 끌고있다.
갈루치차관보는 이 회견에서 『북한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틀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면 궁극적으로 미·북간 전면수교가 가능할것』이라고 말했다. 갈루치차관보의 이같은 언급은 문맥자체로 볼 때 미국의 「철저하고도 광범위한 접근」개념을 바탕에 둔 것으로 기존입장이 변했다거나 어떤 새로운 대북제안을 한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가 말한 「궁극적 전면수교 가능성」에는 완전한 핵사찰을 통해 북한의 핵투명성이 보장되고 국제사회의 신뢰가 회복된 이후에라야 북미 외교관계 수립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국제사회의 틀을 지키기 위한 모든 조치」역시 다름아닌 핵활동의 「어제 오늘 내일」을 구체적으로 규명, 담보해 핵의혹을 말끔히 씻는 일인 것이다.
그러나 북미 3단계회담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나온 갈루치차관보의 이번 언급은 내용 자체가 다분히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북한의 흥미를 충분히 유발할수 있는 「행간의 의미」를 나름대로 짚어 볼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요컨대 갈루치차관보는 회담에 앞서 북한의 성의 있는 자세를 간접화법으로 다시금 촉구한 것으로 볼수 있다.
특히 북한의 선행조치를 엄연히 못박고는 있으나 「전면수교 가능성」이란 표현을 이례적으로 사용한 점등은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일괄타결의 해법」을 전혀 무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뜻을 암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사실 그간의 「일괄타결」이나 「철저하고도 광범위한 해결」등은 용어만 다를 뿐 그 해석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번 기회에 확인된 셈이다. 더욱이 클린턴대통령도 선진 7개국 정상회담(G7)을 앞두고 가진 일본 마이니치(매일) 신문과의 회견에서 「북한과 광범위한 대화를 희망한다」고 새삼 강조하고 있어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3단계회담에서 핵문제를 넘어서서 북한과 대화를 확대하길 바란다』면서 『북한의 지도자는 미사일과 핵물질을 판매한 수입으로 고립된 국가가 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이웃국가와 공존해 산업 무역 국민적 발전을 꾀할 것인지를 심사숙고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북한이 핵개발의사를 포기한다면 「제2의 중국」이 되도록 적극 돕겠다는 유화적 제안을 되풀이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평화무드의 대북언급에도 불구, 실제로 미국과 북한과의 전면수교가 가까운 장래에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다. 미국은 이번 3단계회담에서 핵문제 못지않게 북한의 미사일 수출문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갈 태세이며 북한역시 「최종협상」을 어떻게든 유리하게 결말지으려 할것이기 때문에 쌍방간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힘든게 사실이다. 또한 북한이 핵포기 의사를 회담석상에서 진지하게 전달한다고 해도 이를 확인하는 절차와 과정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것 또한 자명하다.
미국은 현재 북한과의 관계진전 과정을 ▲사실상의 국가인정 단계 ▲합법적 국가 인정단계 ▲연락대표부 설치 ▲대사급 외교관계수립등 4단계로 상정하고 있다. 3단계회담은 바로 그 첫 단계에 불과한 것이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 법적인 체계를 갖추고 국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적성국교역법을 개정해야하고 테러국리스트에서 북한을 제외시키는등 국내적으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8일부터 열리는 북미 3단계회담을 곧바로 북미수교협상으로 등식화 할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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