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 전쟁방지” 상징성·실효성 매우 커/정상회담 정례화 합의땐 가능성 높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주석간에 핫 라인이 설치될 것인가. 김대통령은 평양정상회담에서 김주석에게 남북정상간 핫 라인 설치를 강력히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5일 민주평통 운영위원들과의 다과모임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북간에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관계자들은 남북통일에 앞서 전쟁을 방지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중 하나가 바로 이 남북정상간 핫 라인 설치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김주석의 반응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이미 남북한간에 합의됐으나 이행이 되지않고 있는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의 준수를 다짐하고 이를 공동선언으로 발표하는등 회담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다면 양정상간 핫 라인 설치합의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특히 우리가 제의할 것으로 알려진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까지 합의된다면 핫 라인 설치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와 평양의 주석궁간에 핫 라인이 설치되면 사실 남북간에 기왕에 합의해 발표됐거나 이번 회담에서 나올 수도 있는 공동선언등 그 어떤 「선언」 이상으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상징성이 크고 실효성도 높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핫 라인이 설치되는 것만으로도 남북간 긴장완화를 담보하게 된다』며 『전쟁이 사소하고도 우발적인 충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에서 남북정상이 필요한 경우 핫 라인을 통해 서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신뢰구축면에서도 정상간 핫 라인은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지난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제13조는 『남과 북은 우발적인 무력충돌과 그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쌍방 군사당국자 사이에 직통전화를 설치 운영한다』고 규정했으나 아직 설치가 안된 상태다.
따라서 정상간 핫 라인이 설치되면 이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도 당연히 설치될 전망이다. 남북정상간 핫 라인 설치가 합의될 경우에는 현재 남북간에 가설돼 있는 26개 전용회선중 일부를 청와대와 평양 주석궁간에 연결해 이용하면 된다. 현재 청와대와 미국 일본 러시아 정상의 집무실간에 설치된 핫 라인처럼 국제회선 몇개를 언제나 확보해두는 것보다 간단하다.
남북정상간 통화에는 통역이 필요없다는 점에서 설치만 된다면 그 효용성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한미, 한일 정상간 핫 라인 이용 때처럼 서로 통역을 수배해 대기시켜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통화시간을 정해야 할 필요도 없다. 핫 라인 설치목적대로 그야말로 긴급통화가 가능한 것이다. 무엇보다 양국 정상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전화기와 병렬로 연결된 수화기를 든 통역을 통해 상대방이 말하는 의미를 파악한 뒤 얘기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없다.
북한 김주석이 말로만이 아니고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남북정상간 핫 라인 설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게 우리측 바람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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