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총리도 관계개선 호기로 북한과 일본과의 수교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의혹에 대해 직접적인 피해국이 된다는 생각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신경을 곤두세웠던 일본은 북한핵문제가 카터전미대통령의 평양방문을 계기로 대화국면으로 접어든데 대해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북한과 수교협상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오는 8일 제네바 북·미 3단계고위급회담 개최에 이어 25일에는 남북한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일단 미국과 한국측의 대화진전여부를 지켜본다는 자세이나 최근 미국측의 태도나 지난 2일 방일한 카터전미대통령의 발언등으로 미루어 보아 2개 회담의 성공가능성이 높은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는 9일 지바(천엽)시에서 개막되는 「아메리칸 페스티벌94」행사 참석차 훨씬 앞서 일본에 도착한 카터전미대통령은 정부관계자들과 빈번하게 접촉하고 있다. 이곳 외교소식통들은 카터의 행보로 보아 그가 북한과 일본간의 국교정상화문제에 대한 조정역을 하고 있는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카터는 평양방문 후 미국에서 『아직 하지 않은 말이 남아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것이 북 일관계개선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즉 김일성이 카터에게 미국, 한국과의 대화는 물론 일본과의 수교교섭재개문제에 대한 중개역까지 부탁했지만 일본과의 의견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가 이 문제에 관해 말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리다.
외교계의 이같은 추측이 신빙성을 띠고 있는 것은 카터전미대통령의 이곳 발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는 3일 요미우리(독매)신문과의 회견에서 『북·미고위급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긍정적일 때 일본정부는 신속히 북한과의 국교정상화교섭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장래 북한이 원자로를 경수로로 전환할 때 일본이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클린턴미대통령은 4일 마이니치(매일)신문과의 회견에서 『북한을 고립으로부터 아시아와 국제사회의 「개방된 파트너」로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정부관계자들은 클린턴이나 카터의 북한에 대한 발언이 전례없이 긍정적인 점에 주목하면서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정계개편으로 사회당의 무라야마(촌산부시)위원장이 새 총리가 된것도 북한과의 국교교섭 재개에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하타(우전자)정권 때는 연립정권의 실권자인 오자와(소택일랑)신생당대표간사가 북한에 대한 강경자세여서 일본정부는 『유엔의 결의가 없더라도 한미일 3국에 의한 다국적 제재 방안에의 참여가 불가피하다』 『과거의 핵의혹이 규명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있을 수 없다』는 등의 강경입장이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제재에도 반대하며 「대화에 의한 평화적 해결」만을 강조해 온 사회당에서 총리가 나오자 북한은 이례적으로 환영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무라야마총리는 집권 후에도 「북한의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사회당의 기본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사회당과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우당관계를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도 북한과 일본과의 대화는 북·미고위급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과는 관계없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사회당이 중심이 된 현재의 연립여당체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북한은 사회당총리 재임중에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바랄 것이 틀림없다』면서 수교교섭 재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도쿄=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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