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야 어떻든 속도감 하나는 확실히 과거와 다르군…』 『좀 지루하다 싶으면 사람이 바뀌니 비슷비슷한 내용이라도 참을만 하구먼…』 개정국회법에 따라 4일 처음 실시된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지켜본 여야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느낌을 표시하며 일단 달라진 국회모습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민자4, 민주3, 무소속1명등 모두 8명의 발언자가 나서 4명씩 두 차례로 나눠 질문을 하고 정부의 답변까지 듣는데 걸린 시간은 5시간 안팎. 지난날 같으면 최소 7∼8시간씩 걸렸을 일을 이처럼 단축한 국회의 「시테크」는 의원1인당 질문시간을 30분에서 15분으로 줄인데 따른 당연한 결과이지만 제한시간을 지키려는 의원들의 노력도 한몫을 했다.
실제 변화된 관행을 시험하는 첫무대에 나선 의원들은 『인사말을 생략하겠다』 『몇가지 문제를 중점질의하겠다』는 말로 서론을 대신한 뒤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또 몇몇의원들은 제한시간을 넘길듯하자 연설원고의 한두 대목을 맵시있게 뛰어넘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질문요지를 48시간전에 정부에 보내도록해 답변 준비시간을 충분히 보장토록한 것 역시 어쨌든 답변 관행을 새롭게 정착시키는데 일조할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런 관점에서 개정국회법은 일단 국회운영의 「효율성」제고에 관한한 비교적 첫단추를 잘 끼운 작품인것 같다는게 대체적인 정치권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같은 효율성의 문제는 인정하더라도 과연 그에 버금가는 국회의 「생산성」이 확보될수 있느냐 하는 의문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제한된 시간을 최대한 활용, 정책의 잘잘못을 심도있게 따져보려는 태도보다 속기록을 의식하는 백화점식 나열의 폐습은 그렇다쳐도 3∼4명씩 되는 같은 당 의원들이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은 아직도 시정되지 않았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듯한 정부측 답변태도도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국회는 개정국회법에 따라 「효율성」이라는 새옷은 입었으나 목청만 높았던 이날의 국회는 「생산성」이라는 목표와는 아직 거리가 멀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