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새물꼬 되게/김일영(월요논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새물꼬 되게/김일영(월요논단)

입력
1994.07.04 00:00
0 0

 분단 49년만에 성사되는 25일의 정상회담은 성과여부에 관계없이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의미가 크다. 더구나 이번 회담이 북한핵문제로 인해 극도의 긴장과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상황을 대화의 국면으로 돌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호전에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최근의 정치적 상황과 그에 따라 강·온노선 사이를 오간 정부의 정책적 혼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당혹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 위기상황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북한핵의 현실적 위험성을 강조하며 한미양국이 유엔안보리를 통한 대북제재를 추진하고, 대통령과 외무장관이 러시아·중국·일본을 방문해 제재동참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다고 공언하던 것이 바로 얼마전 일이었다. 그런데 유엔안보리에서 대북제재결의안이 실제로 논의되자 중·러는 물론 일본마저 꼬리를 빼기 시작했다. 더구나 우리를 당혹시킨 것은 미국의 태도다. 그동안 응징을 외치던 미국이 개인자격으로 포장된 실질적 특사인 카터전대통령을 북한에 보내 김일성주석과 담판케 하고 그 논의내용을 전격수용해 제재를 외치던 우리정부를 무색하게 한 것이다. 주변4강, 특히 미국의 의도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정책을 강경일변도로 몰아감으로써 우리 정부만이 우습게 된 일, 그 와중에서 건전한 국민을 안보불감증환자로 몰아 일부가 생필품을 사재도록 우롱한 일, 이 모든 것은 과연 누가 책임 질 것인가.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보상될 수 있는 것인가.

 국민들은 아직도 불안해 하고 있다. 대화국면이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하루아침에 대결국면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예측가능한 정치를 원하는데 확실한 것이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사실뿐이라면 그것은 국민의 안위를 위한 정치가 아니다. 최근 외교안보보좌진의 역량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는 소리들이 부쩍 높은데 이와 관련해 두가지 점을 지적해 보겠다.

 북한핵문제란 본질상 핵개발을 카드로 하여 미국과 수교하고 체제를 유지하려는 북한과 그것을 소수핵독점체제인 NPT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는 미국사이의 갈등이다. 따라서 문제의 성격상 우리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정책당국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가급적 언어를 절제하고 원칙을 세워 행동하는 것이다. 확실치 않은 것을 희망을 섞어 단정적으로 미리 발설해버리는 것은 외교관행에도 어긋나고 정부의 체모를 손상시키며 국민들을 혼란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한다. 정부는 민족우선과 평화라는 두 원칙에 입각해 신중한 행보를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외교와 통일문제를 국내정치용 이벤트로 사용할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지난날 이와 관련하여 그다지 좋지 못한 기억을 우리가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72년 역사적인 7·4공동성명이 발표된 직후 남북한에는 각각 독재를 강화하는 조치가 취해졌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6공화국 당시 대통령을 포함한 유력정치인들이 대국민과시를 위해 고르바초프와 악수하려고 애쓰던 모습을 우리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역사의 새로운 흐름의 물꼬를 튼 회담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성균관대 교수·정치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