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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달라지고 있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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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달라지고 있다(사설)

입력
1994.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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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사갈등의 현장에서 이변이 일고있다. 임금협상을 위한 노사협상단계에서 파업강행을 밀어붙이려는 노조집행부에 대해 노조원들이 「파업거부」를 한 사건과 노조투표만했다 하면 파업쪽이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곤했던 지난시절과는 아주 딴판인 「파업부결」사건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우조선노조에 이어 현대그룹산하인 현대종합목재노조에서도 이로 인해 노조의 파업강행이 무산됐다고 한다.

 노동현장에서 노사쟁의만 나면 노조의 강경파가 판세를 제압했다. 노조에 득만 된다면 합·불법을 가릴 사이도 없이 파업쪽으로 몰고가는, 극히 잘못 버릇이 든 노동운동이 판을 쳤다. 이러한 노동현장에서 파업에 스스로 제동을 건 각성한 노조원들이 생겨나 무조건 파업으로 몰고가려는 강경파를 압도했다는 현상에 대하여 우리는 신선한 충격마저 받게 되는 것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노조집행부가 연이틀에 걸쳐 파업으로 몰고가기 위해 출근거부 운동을 전개했으나 종업원의 95·5%가, 노조원의 93·3%가 정상출근해 조업을 했다. 현대종합목재는 쟁의발생결의를 하기위한 노조 대의원투표에서 찬성표 19, 반대표 19로 동수를 이뤄 쟁의발생 신고자체가 무산됐다는 것이다.

 6·29선언이후 그 숱한 노동쟁의현장에서 온건하고도 합리적이어서 침묵일변도로 강경파를 추종하기만 했던 온건다수가 각성하고 행동하기는 처음이다. 일찍이 있었어야할 합당한 저항이어서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마저 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온건다수 노조원들과 대의원들이 강경일변도의 파업을 마다하는 행동을 개시하기에 이르렀을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국민의사에 반하는 철도와 지하철파업의 실패에서 새로운 교훈을 터득한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같다.

 전로대의 사주까지 받은 전기협과 전지협이 철도와 지하철을 갑자기 세우는 파업을 강행했지만 국민적 동의를 얻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협과 서울·부산 지하철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는 동안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불법파업에 대한 강한 반대의지와 높은 시민의식의 발휘는 정말 위대한 것이었다.

 이제 노동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나 지금의 강경지향 노조집행부는 깨달아야 한다. 노조원들에게 한두푼의 임금을 더 올려 준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이 불법적이고 또 시국이 불안한 시기에 파업쪽으로 몰고가려 했다가는 국민들의 동의는 고사하고, 같은 노조원들의 지지마저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체득해야 한다.

 이제 우리 노조들도 임금교섭정도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실현시킨다는 발전된 노동운동으로 전환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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