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있지만 경제개방 확실시/혁명1세대 물갈이계기 소지 「7·25 평양회담」은 북한내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당국이 김영삼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동원된 군중들에게 어떠한 명분으로 정상회담을 정당화할지 궁금하다』면서 『「문민파쇼의 괴뢰도당」과 수령이 회담한다는 사실이 하나의 충격파가 되거나 대남인식의 재정립을 가져올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정상회담을 직접 추진하는 측의 낙관적인 견해와는 달리 주변에서는 북한의 변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 대남혁명론, 민주기지론등 북한이 오랫동안 지녀온 정책이론들은 정상회담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며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도 최소한도로 통제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우선은 이번 정상회담이 주변상황의 대세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졌다기 보다는 남북한 쌍방 최고당국자가 정치적 필요에 의해 결단을 내려 이루어졌다는 것이 이같은 예측의 근거로 꼽히고 있다. 민족통일연구원의 전현준연구위원은 『70년대초 첫 남북대화가 시작됐을 때 남북한 쌍방에서 일어났던 정치적 변화를 되새겨보면 이번 정상회담에 나서게 된 북한의 의도를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71년 적십자회담과 72년 남북조절위원회구성, 7·4공동성명에서 73년 대화중단까지 2년여동안 남북한 최고당국자는 이례적인 간접대화를 벌였다. 이 기간 동안 남측에서는 10월유신으로 상징되는 정치구도의 개편이 있었고, 북측에서는 친족내부의 짧은 권력투쟁을 거쳐 김정일이 후계자의 자리를 공식화하는 일대변화가 있었다. 김은 73년9월 노동당 조직·선전담당비서로 선출된뒤 74년초 후계자로 공식 내정된 것으로 북한언론들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경우도 그 영향으로 개혁·개방등 북한체제의 근본 변화가 일어나기 보다는 내부에서의 「정계개편」 가능성이 보다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대미수교등 국제관계의 변화와 함께 북한에서는 김일성사후 김정일체제의 구도가 확연하게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같다는 관측이다.
이는 상징적이나마 권력핵심부의 지위를 누리고 있던 혁명1세대가 퇴진하면서 새로운 세대가 명실상부하게 당·정·군의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대대적인 물갈이를 의미한다. 지난 80년이후 개최되지 않았던 전당대회, 또는 연례적인 최고인민회의 당중앙위 전원회의등을 통해 올해안에 이같은 「세대교체」가 표면에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정상회담으로 북한이 내부체제단속의 카드를 잃어버리기는 커녕 후계체제확립을 위한 새로운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인 것이다.
이번 협상과정이 북한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선택하게 됐다는 측면에서 볼때 평양정상회담후 북한이 취할 경제개방도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등 일부지역에 국한된 제한개방에 머무르게 될 것같다는게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북한은 핵문제를 동구권 붕괴모델과 같은 개방기류의 대량유입을 막아내기 위한 방패로도 사용해 왔다. 또 남북한간의 지금까지 접촉과정은 독일통합등의 경우와는 달리 정치가 비정치분야를 압도하는 구도로 진행돼 왔다. 이번 정상회담의 파급효과도 경제사회적인 체제기저의 변화보다는 정치권 내부의 변화라는 형태로 우선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같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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