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적 성장걸맞게 금융도 선진화필요 우리 은행이 서울에 지점을 설치한지 벌써 16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변화와 발전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이루어져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고 나에겐 멋있는 기회요 도전이었다. 서구에서 수십년이 한국에선 1∼2년이었다.
10년전에 누가 감히 한국이 세계 1위의 조선국가로 성장하고 세계 5위의 자동차생산 대국으로 변신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겠는가. 이름조차 생소하던 삼성이라는 한 기업이 세계 제일의 반도체 D램 제조 기업으로 부상할 것을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한국기업들은 이제 자동차는 물론이고 비행기 통신위성까지 손대려 하고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변화도 눈부시다. 한국은 이제 전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나라중 하나로 부상했다. 소비를 죄악시 하는 관습이 사라진지 오래고 오히려 소비가 미덕인 사회가 됐으며 돈과 물질을 서구인들 이상 중요시 하는 관행이 정착돼가고 있다. 이른바 X세대가 등장해 기성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국사회 변화의 촉매역할을 해내고 있기도 하다.
너무 급격한 변화로 가치관과 행동양식에 있어서의 혼돈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자기희생정신이 신세대에까지 이어진다면 한국의 발전과 변화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금융시장만은 유독 발전과 변화에서 소외되었다. 현대화에서 고립된 고도 같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한국이 금융만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제1위의 은행이 세계에선 1백27위에 불과하고 창구 서비스와 금융기관의 영업기법은 미안한 말이지만 아직 보잘것 없는 수준이다. 정부가 은행을 너무 통제해왔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 은행들은 자율적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관심에 따라 움직이는 반관공서였다. 달리 보면 정부가 은행을 통해 돈줄을 쥐고 있고 원하는 산업분야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이룩해 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통제받는 은행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새로운 이윤을 찾아 한국 은행들은 국제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합병을 통해 규모를 확대해야만 프랑스는 물론 일본 미국의 거대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다.
특히 아직도 은행들이 예금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등으로 그 돈을 운용하고 주식 채권투자등으로 위험을 분산하는데 가해지고 있는 각종 제약들이 과감히 철폐돼야 한다. 96년에 OECD 회원국이 되려면 다른 회원국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완화와 자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은행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로 나가고 보다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새로운 영업기법을 개발하게 돼 고객들에게도 보다 많은 이자를 줄 수 있고 서비스도 선진국 은행처럼 세련될 수 있다.
한국정부와 한국 은행들이 개방과 자율경쟁의 노력을 지속한다면 한국의 금융시장은 한국의 경제력에 걸맞는 세계적인 금융시장으로 발전하리라고 믿는다.<프랑스 크레디리요네은행 서울지점장>프랑스 크레디리요네은행 서울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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