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풍토조성” 3개대 교수·학생모여 결성/매학기 20명선발… 동서고전 20여권 연구/1년과정 수료하면 논문심사로 졸업장도 90년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교수와 학생이 모여 만든 「작은 대학」이 4년째 신촌의 새로운 학문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농활이다 배낭여행이다 하며 많은 학생들이 캠퍼스를 떠난 방학중에도 정기적으로 연구모임을 갖고 진지한 토론을 계속한다.
신촌 일대의 대학들이「공부 안하는 대학」「사치와 낭비의 1번지」라는 솔직한 자기반성 위에서 출발한 연구모임은 지난해 첫 졸업논문집을 발간할 만큼 알차게 성장했다.
「작은 대학」학생들이 1년동안 읽어야할 책은 학술명저로 평가받는 고전 22권, 기본필수도서 15권, 선택도서 5권, 임의도서 2권. 이들중 하나라도 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격주로 한번씩 열리는 토론에 빠지면 여지없이 탈락한다. 강제규정은 없지만 「약속과 의무를 신의 성실에 입각해 지켜나간다」는 서약에 바탕한 도덕적·학문적 양심을 저버려서는 안된다는 자각때문이다.
매년 2기씩 3월과 9월 각20명이 대학의 빈 강의실에서 공부하는「작은 대학」학생들은 플라톤의 국가론에서부터 헤겔의 법철학, 중국·한국의 고전등 동서양의 옛 사상서를 두루 섭렵하고 졸업후 6개월 이내에 논문이 통과돼야 「마친 보람」이란 교수들의 서명이 든 졸업장을 받게 된다. 20명중 5∼6명정도만 졸업장을 받는 것을 보면 「작은 대학」의 운영이 얼마나 엄격한지 알 수 있다.
16절지 2∼3쪽 분량의「쪽글」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시작되는 토론은 항상 밤10시가 넘어서야 끝난다. 이렇게 해서 1년간의 과정을 마치면 3명의 교수가 모인 자리에서 구술평가를 받는다.
3기까지 졸업생을 배출한 「작은 대학」은 지난해 6월 6명의 1기졸업생이 만든 첫 졸업논문집 발간 자축연을 가졌다. 제자들은 그동안 고생한 보람을 만끽하고, 교수들은 웬만한 석사학위 논문보다 훨씬 훌륭한 제자들의 논문을 칭찬하며 흐뭇해 했다.
「작은 대학」에는 림정택(연세대 독문학) 김세중(〃 국제관계학) 장동진(〃정치외교학) 함재봉(〃) 김학수(서강대 신문방송학) 정인재(〃철학) 윤여덕(〃사회학) 김왕식교수(이화여대 정치학) 등이 참여하고 있다.
창립회원인 이화여대 김교수는 『토론회가 있기 전날이면 준비하느라 밤을 새는 일이 허다하다』며 『어려운 책들을 방과후에 공부하는 학생들의 어려움이 오죽하겠느냐』고 학생들의 면학열을 칭찬했다. 초기에는 참가교수들이 학생들을 추천하다가 지난해부터는 공개모집을 시작한 「작은 대학」은 외화내빈의 중병을 앓고 있는 「큰대학」과 우리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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