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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침착 잃지않는 언론의 자세/김성곤(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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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침착 잃지않는 언론의 자세/김성곤(나의 지면평)

입력
1994.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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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관련기사 돋보였지만 너무 많은감/16강 탈락 월드컴팀 격려 과거와 달라 “신선” 우리나라 언론들이 고쳐야 될 특성중의 하나는 뉴스거리가 되는 사건만 하나 터졌다면 사람들이 지겨워서 진저리를 칠 때까지 끊임없이 그것에 대한 보도를 계속하는 태도이다. 텔레비전 뉴스의 경우 만일 그날 무슨 큰 사건이라도 하나 터지면 그거 하나로 이삼십분을 우려먹기 때문에 기자들이 애써 모아온 다른 뉴스들은 그만 데스크 밖으로 밀려나고 만다.

 물론 텔레비전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신문 역시 그러한 경향을 보여준다. 예컨대 한국일보는 29일자의 톱기사였던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획에 무려 7면을 할애하고 있다. 분단이래 처음 성사되는 남북정상회담이고 핵문제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열리는 것이어서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여러가지 시각에서 그 회담의 의미를 조감해본 기획기사들의 다양하고 포괄적인 내용이 돋보이기는 했다.

 남북문제에 관한한 기존 일간지중에 그래도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지 않았던 한국일보의 보도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7면이나 되는 많은 지면을 같은 기사로 채우는 것은 좀 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텔레비전 방송사는 28일 저녁 6시30분께 만화시간에 정상회담기사를 무려 30분동안이나 반복해서 내보냈다. 그것이 과연 9시 뉴스까지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촌각을 다투는 소식이었는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사과자막 한줄 내지 않고 정규방송을 중단한 것은 시청자들을 무시한 태도였다. 한국일보가 방송사의 그런 잘못을 지적해 고쳐주기 바란다. 방송담당기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좀더 비판적이기 바란다.

 한국언론은 너무 쉽게 흥분한다. 언론의 기본태도는 냉정과 침착일텐데 전쟁위기 월드컵축구 남북정상회담등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 언론은 그렇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전쟁위기가 한창 고조될 때 일부신문은 오히려 그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안보불감증을 탓하던 이들 신문들이 갑자기 전쟁분위기를 북돋우더니 15일분 비상식량을 준비하라는등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신문과 비교할 때 한국일보는 그래도 중립을 지키며 냉정한 보도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축구 16강전에서 탈락한 한국팀에게 예전처럼 싸늘한 질책을 하는 대신 격려와 칭찬을 해준 29일자 기사는 한국언론도 이제 많이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었다. 우리도 승패 자체보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다.

 25일자에 6·25에 대한 기획기사나 사설 하나없이 넘어갈 정도로 신문이 냉정해서는 좀 곤란할 것이다. 짐작컨대 아마도 남북정상회담을 의식해서였겠지만 그래도 전혀 언급없이 지나가는 것보다는 6·25에 대한 사진화보라도 한면쯤 할애해서 실었더라면 전쟁을 모르는 세대를 위해서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서울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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