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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학대/유주석(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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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학대/유주석(메아리)

입력
199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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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파업때 걸어서 출근해 볼 엄두를 냈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한강다리와 멀지 않은 웬만한 강남지역이나 강북의 미아리 불광동부근이면 시청 광화문까지 1시간안에 걸을 수 있는 거리다. 걷기운동을 펴는 「한국건강보행연맹」은 보통 성인이 1시간에 걸을 수 있는 거리를 5∼7로 잡는다. 아침운동을 겸해 이 정도는 걸어서 출근하는게 보통일이 된다면 교통난을 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두번 출근길을 걸어본 사람은 다시는 엄두를 못내고 포기하기가 십상이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고생과 짜증은 시작된다. 주택지의 골목길, 이면도로마다 무질서하게 주차해 놓은 차들 사이를 겨우 겨우 비켜가노라면 경적을 울리며 질주하는 난폭운전자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간선도로의 교통운영체계는 완전히 자동차 위주로 되어 있다. 건너야 할 곳에 마침 횡단보도가 있다면 행운에 속하고 심하면 버스 한정거장 가까이 떨어진 육교나 지하도를 찾아 돌아가야 한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채 절반도 건너지 못했는데 깜박대기 시작해 보행자를 뛰게 만들고 성급한 차까지 함께 달려들기라도 하면 위험하기가 짝이 없다. 

 분명히 보행자만 다니라는 인도에까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칠 때도 있고 어떤 데는 인도가 겨우30∼40㎝폭으로 차도 가장자리에 형식적으로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거나 아예  끊겨있는 곳마저 있다. 숨이 답답한 자동차 매연은 둘째고 이 정도면 걷는다는 것이 너무도 힘들고 무서워진다. 

 교통문제가 나오면 누구나 다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처럼 한마디씩하지만 도시 교통난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이런때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체계를 바꿔가야 한다는 림삼진씨(녹색교통운동 교통정책연구소장)의 처방은 귀 기울일만 하다. 그는 교통문제하면 체증부터 떠올리고 그 대책으로 도로를 늘리고 넓혀야 한다는 상식적인 발상부터 반박한다. 도로를 넓히거나 신설하는 것은 이미 발생한 교통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또다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낸다. 아무리 도로를 신·증설하더라도 시간문제일뿐 체증은 악순환을 계속할 것이다. 서울에만 거의 2백만대, 수도권의 자동차는 3백만대를 훨씬 넘어선 이제 효과없는 무한정의 도로투자라는 하드웨어에 매달려선 안된다는게 림씨의 주장이다. 

 제2기 지하철이 완공되면 서울시내 교통망은 하드웨어로서는 사실상 더이상 손 쓸데가 없게된다. 따라서 교통개혁은 지금과 같은 자동차중심의 교통체계를 대전환해 최우선 순위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게 두고 지하철망과 이에 연결되는 버스등 대중교통수단이 가장 빠르고 편안한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게할 소프트웨어를 확보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림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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