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부족 따른 비상수단 추정/북·중서 제조 반입가능성 수사 북한이 포르투갈령 마카오에서 최고 1백만달러에 이르는 미달러화 위조지폐를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나 국제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수범죄를 주로 다루는 마카오사법경찰서(사법경찰사)는 1일 사실상 북한의 경제대표부인 조광무역 대표 박자병등 5명과 중국인 1명등 6명을 위조지폐 유통등의 혐의로 구속, 전격 기소했다. 마카오사법경찰서는 특히 위폐의 지질과 인쇄상태, 정교함등으로 볼때 조직적인 위조단이 마카오가 아닌 북한이나 중국에서 제조, 마카오로 반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미국 홍콩 마카오의 인터폴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위폐는 90년대에 발행된 미화 1백달러짜리와 눈으로 구별이 안되는 것은 물론 은행의 위폐감시기도 통과할 정도로 아주 정교하게 위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카오경찰당국은 위폐여부를 90년도에 발행된 달러화의 일련번호점검을 거쳐 가까스로 판별했다는 것.
마카오경찰관계자들은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외화부족에 허덕이는 북한이 북한내에서 위폐를 대량으로 제조, 북한의 대서방 금융거점인 마카오를 통해 유통시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위폐사건은 북한이 그동안 부족한 외화를 충당하기 위해 외교행낭이나 외교특권을 이용해 저질러온 「밀수외교」의 또다른 형태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70∼80년대 스웨덴등 북유럽등지에서 마약을 비롯, 고급시계와 금 은 보석 양주를 밀수해 부족한 공관유지비등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밀수외교」에 대한 서방국 세관의 검열이 엄격해지자 방법을 바꿔 위조화폐를 통한 외화획득을 노렸을 가능성이 큰것으로 북한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체포된 북한인 5명이 모두 국가공무원으로 2명은 외교관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마카오경찰의 한관계자는 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인들이 91년에도 90년도 발행의 위조지폐 1백만∼1백50만달러를 교환해간 혐의가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해 북한측이 적어도 소련권이 붕괴되는 시점부터 위폐제조를 해온 것으로 분석돼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북한이 마카오를 위조지폐 유통 대상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마카오가 중국광동성 경제특구 주해와 육로로 연결돼 위조화폐를 비밀리에 운반하기가 용이하고 조광무역등 여러개의 북한소유기업들이 활동하고있어 위폐유통에 최적지라고 판단한 것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시장경제도입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혼란을 틈타 위조화폐를 유통시켜왔으나 중국의 한정된 달러보유액과 점차 강화돼가는 당국의 검열 때문에 거점을 인근 마카오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마카오 경찰당국은 북한이 서방의 조직범죄단이 주로 사용하는 돈세탁방법에서 힌트를 얻어 일단 위조지폐를 마카오 은행내에 예치시킨뒤 진짜 달러로 찾아가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번 위폐사건으로 북한은 한층 심각한 외화부족 현상을 빚고 있음을 드러냈다. 북한은 러시아가 91년부터 석유등 에너지와 물자의 대금을 국제가격에 맞춰 경화로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중국도 이에 동참하자 그동안 심각한 외화부족현상에 시달려왔다. 북한은 외화부족을 메우기 위해 비상수단으로 고액권 달러화를 대량으로 위조, 이를 유통시켰으나 서방의 금융관행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정교한 위폐를 갖고도 적발되는 사태를 빚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으로 북한은 외화벌이의 주요 거점인 중국남부와 홍콩 마카오등에서의 금융활동이 크게 위축될것이 거의 틀림없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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