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오만을 낳지않게 경계”/“세상의 후한 평가… 참으로 행운/소설 나쁘지 않다는 격려로 여겨” 상을 받는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최근엔 무슨 상 같은 걸 받은 일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어릴 적 기억으로 되돌아가 봅니다만, 역시 상을 받는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지금도 주위에서 누군가가 상을 받는다면 제 일처럼 기쁘고 맘껏 축하를 해 줍니다. 이제 그 일이 제게 닥친 것입니다. 여전히 좋고 즐거웠겠습니까.
처음엔 뭔가 잘못 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었죠. 믿어지질 않았고 현실감이 들질 않았습니다. 상이라는 건 제 삶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런 것이 저한테 오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관심조차 적었습니다. 상이란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불신과 혐의를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상이 너무 많고, 그것으로 행세하려 드는 사람까지 생겨나게 되면서부터였을 겁니다. 상은 어디까지나 좋은 것이지만, 좋은 만큼 빨리 변질되기도 하는 것일 겁니다. 그런 터에 어느날 그 상이라는 것이 제 머리위에 떨어져 내린 것입니다. 다른 그 누구가 아니라 바로 제 머리에 말입니다. 당황했고 현실감이 생기지 않을 수밖에요. 잠시 혼란해졌습니다.
상이라는 게 최고의 결과를 이루어낸 데 대한 최고의 칭찬이라는 편협한 이해밖에 갖고 있질 못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서른이 넘으면서 저는 최고가 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걸 깨달았고, 끈질기고 열심히 하는 조연이라도 된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저는 이즈음 많이 나약해져 있었습니다. 구원과 해방과 정의와 통일이라는 거대명분을 내세우기엔 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들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그랬습니다. 그 의문들은 이즈음 급속히 변화하는 문학과 출판풍토에 관해서조차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러자니 제 소설의 몰골이란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과연 소설을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하는 의문으로 밤낮 시달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쉬지않고 이런저런 잡지의 지면을 차지한다는 게 부끄럽고 비겁하고 가증스럽게 여겨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게 감당할 수 없는 상이 주어진 것입니다. 뭔가 잘못된 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요.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식으로 계속해 나가도 별로 나쁠 거 없다는 격려로 이 상을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해볼만한 일이라는 검증을 세상으로부터 받는다는 건 참으로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느낌이 행여 오만함으로 변질되진 않을까 경계하면서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한국일보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제 본사서 시상식
「제27회 한국일보 문학상」 시상식이 1일 하오4시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성우한국일보상임고문겸 주필은 수상자인 소설가 구효서씨(36·수상작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에게 상금 5백만원과 상장, 상패를 전달했다.
시상식에는 박완서 김윤식 오생근 최원식씨등 심사위원과 이형기 조경희 황현산씨등 문인 60여명이 참석했다.
구효서씨는 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마디」를 발표하며 등단해, 「확성기가 있었고 저격병이 있었다」 「추억되는 것의 아름다움 혹은 슬픔」등 실험적이고 해체적인 작품을 써왔다.
수상작인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은 소설가의 생활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보통사람들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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