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방사회로 유도 중대전기/역내국가 군축 시발점 될수도 한차례의 전쟁을 치르고 50년 가까이 체제를 걸고 대립해 온 남북한은 동북아시아 안보정세의 관건이며 상황변화의 중심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화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긴 했지만 반목과 갈등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남북한이 정상끼리 대좌하는 첫 자리를 마련키로 했다는 사실은 따라서 한반도의 화해차원을 넘어 「동북아의 일대사건」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 외교에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4각, 즉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남북정상회담은 어떻게 비쳐지고 있으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주변 4각은 남북정상회담이 북한핵문제해결의 와중에서 성사의 계기를 맞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는 전제하에 주변 4각이 거는 일차적인 기대는 동북아 안보의 위협요소로 등장한 북한핵의 원만한 해결에 모아져 있다. 이는 구체적인 이유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지라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4국 모두가 일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역내적 의미는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안전판마련이 당사국간의 대화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탈냉전시대를 맞아 경제관계가 국제사회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안보에 발목이 잡힌 한반도상황은 그 자체가 「후진성」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후진성에대한 남북한 공통적인 「위기의식」이 정상회담 추진의 적잖은 동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 회담의 성과는 탈안보 경제협력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세계질서속에서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될 것이며 그 효과는 한반도 차원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북한은 자신들의 폐쇄성과 불가측성으로 인해 국제무대에서 소외돼왔던 관계로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는 국제사회의 「대북한 러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북한이 스스로의 「용의」만 보인다면 개방과 개혁의 계기가 충분히 마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선 불가측성의 정책으로 국제사회를 혼란에 빠뜨려온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일단 합의해 온 사실은 또다른 난해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동북아지역의 안정은 나아가 역내국가들간 군비축소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적극적 측면도 있다. 물론 성급하고 지나친 기대일 수도 있으나 한반도 안보상황을 빌미로 군비확장의 움직임을 보일 여지가 있는 중국 일본등에 대한 견제는 그 자체가 동북아에 있어서의 남북한의 「이니셔티브」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정상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인 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역내 역학관계의 긍정적인 변화 모색이 양측의 공통관심사로 자리잡아야 마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상회담이 채 열리지도 않은 마당에 미리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남북한이 정성과 신의를 가지고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면 주변국을 포함한 세계의 대한반도정책, 혹은 대동북아시각은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위기의 노출을 꺼리면서도 한반도통일의 가시화등 급격한 상황변화도 달가워하지 않는 주변국들의 「현상유지정책」은 사장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일·중·러등 주변 4각만 하더라도 한반도에 얽힌 이해관계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으며, 한반도의 대립구도를 지렛대로 삼아 서로가 서로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활용해온 측면도 함께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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