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회교 왕국」「세계제일의 부자인 왕이 다스리는 석유 부국」―아세안회원국인 브루나이의 첫인상들이다. 사실 브루나이는 인구 26만여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서울의 1개동에 불과하다.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 세리 베가완은 인구 6만여명으로 상가 밀집지역도 없다. 국토 면적은 경기도의 절반 정도인 5천7백65㎢이다. 동남아 남중국해상에 있는 보르네오섬 북쪽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브루나이는 말레이시아의 사라와크주에 둘러싸여 있다. 하루 정도면 이나라 관광을 마칠 수 있다. 일간신문도 90년에 창간된 「보루네오 불리틴」하나 밖에 없다. 브루나이에는 대중교통수단이 사실상 없다. 등록된 택시는 50여대이지만 사실상 10여대만 운행된다. 그나마 이 택시들은 외국인을 위해 브루나이 국제공항과 시내만을 왕복할 뿐이다. 시내버스는 아예 없다. 수도와 지방을 연결하는 시외버스가 몇대 있을 뿐이다.
이 나라의 일반적 교통수단은 승용차이다. 한 가정에 최소한 2∼3대의 자동차가 있다. 26만여명의 인구에 등록된 자동차는 모두 14만 5천여대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건설회사에서 일하는 한 브루나이인(29)은『우리 가족은 모두 13명인데 10대의 자동차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이면 길거리를 메우는 고급 승용차들은 브루나이가 「부자 나라」임을 알려준다. 이 나라의 1인당 GDP는 1만4천6백달러(92년)로 아시아의 최대 부자나라다. 30년대부터 개발된 석유 및 천연가스가 이 나라 부의 원천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부는 왕과 왕족들이 대부분 소유하고 있어 일반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다른 동남아 국가처럼 빈부차가 심한 편이다. 장관급 공무원들의 월급은 우리나라 돈으로 3천만원 이상이나 하급 공무원들의 월급은 50만∼1백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국왕 하사날 볼키아(46)는 세계 최대의 부호이다. 그는 지난 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뽑은 세계 제일의 부자로 3백70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갖고 있다. 1천8백76개의 방이 있는 왕궁의 지붕 돔은 순금으로 덮여 있다. 그는 2백50여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중 50여대는 롤스로이스이다.
브루나이는 절대왕정체제이다. 국왕이 총리와 국방장관을 겸직하고 있다. 외무장관은 국왕의 첫째 동생이, 재무장관은 국왕의 셋째 동생이 맡고 있다. 형식적으로 정당 활동이 보장되었다고 하나 모든 정치활동은 사실상 금지돼 있으며 반왕권 세력에 대한 감시가 엄하다. 따라서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로 구성된 독립된 입법기관도 없고 단지 법률제정권을 갖는 입법원이 있을 뿐이다. 국왕은 원유 및 천연가스수출로 얻고 있는 부를 국민들에게 재분배하고 있다는 인상을 부각시킴으로써 절대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4천4백명의 군병력을 갖고 있는 브루나이는 총예산의 20% 상당을 국방비로 지출한다. 나라 규모에 비해서는 군병력이 많은 편이다. 또 대부분 네팔 용병들로 구성된 구르카군 1천3백여명이 영국의 지휘하에 주둔하면서 볼키아 정권의 유지를 도와주고 있다.
브루나이는 소국의 한계를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메워온 나라이다. 그러나 브루나이는 이제 석유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깊이 깨닫고 있다.【반다르 세리 베가완=김광덕기자】
◎브루나이 약사/1984년 영서 완전독립… 유엔·아세안 가입
▲1405년 브루나이 회교왕국 창설,
보르네오 북부연안 대부분 영유
▲1847년 영국과의 조약체결로 영
토의 대부분을 영국에 할양
▲1888년 영국과 보호조약 체결로
영국의 보호령이 됨
▲1906년 영국인 상주총독 부임
▲1941∼1945년 일본군 점령
▲1959년 자치정부 헌법제정 공포,
외교 국방 안보는 영국이 관장
▲1962년 말레이시아 연방 가입을
반대하는 반란 발생, 영국 지원
으로 진압
▲1968년 제29대 국왕 하사날 볼
키아 즉위
▲1971년 영국과 조약 개정으로 내
정은 완전 자치
▲1979년 영국과 우호협력 조약 체
결
▲1984년 1월1일 영국으로부터 완
전 독립
▲1984년 1월7일 아세안 가입
▲1984년 9월 UN 가입
▲1991년 제6차 국가개발계획(19
91∼1995)추진
◎술 못팔고 못마셔/범죄증가 이유 90년말 금주령/주말엔 “말연 음주여행” 줄이어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 국경선 부근 도로는 주말이면 승용차로 가득 찬다. 브루나이 사람들이 말레이시아로 음주여행을 떠나는 행렬이다.
브루나이 정부는 90년 12월 주류판매 및 음주를 전면금지했다. 회교국인 브루나이에서는 회교율법상 회교신도들이 술을 마시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주류의 판매는 허용됐었다. 그러나 브루나이 정부는 음주로 인해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금주령을 내렸다. 회교율법 강화를 통해 절대왕정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금주령의 진짜 배경이라는 주장도 있다.
『술을 마시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브루나이인들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화제를 돌리기 일쑤다. 그러나 40대의 한 브루나이 남자는 『어떻게 술을 끊을 수 있느냐』며 『가끔 술도 마시고 쇼핑도 할 겸 말레이시아를 찾는다』고 말했다.
브루나이 사람들이 술을 마시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은 수도 반다르 세리 베가완에서 승용차로 한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말레이시아의 미리와 림방 지역이다. 또 배를 타고 한시간 가량 걸리는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섬을 찾기도 한다.
브루나이에 있는 일부 식당에서도 외국인이나 단골 손님에게는 몰래 술을 팔기도 한다. 브루나이의 한 중국식당에서는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찻잔에 맥주를 담아 팔고 있었다. 이들 식당에서 파는 술들은 대부분 라부안에서 밀수해온 것이다. 밀수된 술은 브루나이에서 5배 가량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에 따라 최근 브루나이 당국은 주류 밀수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말 브루나이 세관은 1백만 브루나이달러에 상당하는 술을 밀수입한 사람들을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유일한 브루나이 일간지인 「 보르네오 불리틴」은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주류 밀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브루나이의 금주령이 효과를 거둘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반다르 세리 베가완=황양준기자】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 세리 베가완
정체: 세습왕정제
면적: 5천7백65㎢
인구: 26만7천8백명(92년)
인종: 말레이계 67% 중국계 16% 토착인종 6% 기타 11%
언어: 말레이어(국어) 영어 중국어
기후: 고온다습한 열대성기후 (연평균 기온 23∼35도)
화폐단위: 브루나이달러(92년 브루나이달러 1.65=미달러1 , 싱가포르 달러와는 1대1등가 교환)
1인당 GDP:1만4천6백 미달러(92년)
수출: 38억6천3백20만 브루나이달러(〃)
수입: 19억1천6백80만 브루나이달러(〃)
실업률: 4.7%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