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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발전방향 밝히는 원광대 김삼룡총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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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발전방향 밝히는 원광대 김삼룡총장(인터뷰)

입력
1994.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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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살길은 「특성화」뿐/지역여건맞는 학문 집중육성 필요/대기업 출신교 중시풍토 사라져야/발전기금 500억목표… 동문·지역인사 도움 큰힘□대담=설희관 사회부차장

 국제화시대에 각 대학의 생존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취학인구 감소와 교육기회 확대로 대학교육의 위기론까지 제기되는 2천년대는 대학의 양적 팽창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다. 특히 우수 교수진 확보가 어려워 연구여건이 취약한 지방대학들은 대도시 대학을 따라가기에도 힘이 벅차 한다. 그러나 지방대학들은 나름대로 특색과 장점을 살려 국내외적 시대조류에 뒤처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방대학 특성화에 심혈을 쏟고있는 전북 이리의 원광대 김삼롱총장(69)을 만나 지방대학 경영의 어려움과 보람등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편집자주】

 ―먼저 원광대의 건학이념과 개략적인 대학개황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원광대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개교이념을 건학이념으로 1946년 창립됐습니다. 「지덕겸수, 도의실천」이라는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도학교육과 과학교육을 아울러 표방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15개 단과대학(총75개학과)과 5개대학원에 2만3천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불교정신중의 하나인 제생의세의 이념을 바탕으로 동서의학을 모두 포용하는 원광의료원은 의과대학 부속병원,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등 1천여병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대학의 기능과 소임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우리 대학들은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그동안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이 지나치게 외적 성장에만 치우친 나머지 본래의 사명인 학문연구를 소홀히 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화·개방화시대에 모든 대학은 상아탑의 본질과 기능회복에 온힘을 쏟아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외에서 불고 있는 강한 변화의 바람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계십니까.

 『명실상부한 지구촌시대에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본교는 미국 독일 일본 중국등 11개국 18개 대학과 자매결연하고 학술 및 교수 학생교류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는 8월 신설되는 대학부설 국제교육원은 외국의 한국학 학자등 20여명을 유치, 전액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또 외국의 자매결연 대학생들을 초청, 한국·한국인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한편 교포자녀들에게는 조상의 뿌리를 찾아주고 긍지를 심어줄 생각입니다』

 ―지방사학을 이끌어 나가시는데 어려움이 많으시겠습니다.

 『최근에는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의지가 다소 가시화되고 있습니다만 모든 것이 중앙집중이어서 지방대학이 기를 펴지 못합니다. 일부 대기업은 가뜩이나 취업률이 저조한 지방대학 출신자에게 입사지원서나 추천서를 교부조차 해주지 않습니다. 서류전형 면접 등에서도 차별대우를 합니다. 능력이나 성적보다는 출신학교를 중시하는 풍토는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대학이 평가인증을 받는 기회도 거의 없습니다. 이농현상으로 지방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 우수학생 유치도 어렵고 지원자가 줄어들어 걱정입니다. 교육시장 개방과 정부의 대학정원자율화정책에 대비하는 것도 지방대학으로서는 급선무입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빈약한 우리현실에서 사립대학들은 동문중심의 대학발전기금 모금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원광대의 재정확보방안은 어떻습니까.

 『대학이 위기에 처했던 80년대 후반부터 대학운영을 맡아온 본인으로서 가장 절실한 과제는 대학의 권위회복과 교권수호, 그리고 대학발전을 위한 재정확보 방안이었습니다. 원광대는 92년5월 대학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선진대학」을 목표로 5백20명의 교수를 비롯한 대학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매진하고 있습니다. 4만여 동문과 지역인사들의 뒷받침도 큰 힘이 되고 있지요. 지금까지 대학발전기금을 50억원 모금했으며, 약정금이 80억원을 넘었습니다. 목표는 2001년까지 5백억원입니다』

 ―대학교육협의회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대학 종합평가인정제에는 어떻게 대비하고 계십니까.

 『종합평가인정제의 기본 목적은 각 대학의 제반여건과 연구실적 등을 종합 평가해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대학발전을 위한 자율적 노력을 촉진시키는데 있습니다. 대학의 교육여건과 질에 대한 사회의 공개적인 평가이기 때문에 각 대학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원광대는 96년 종합평가를 받기 위해 평가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방 사립대학으로서 불리한 여건이 많지만 그동안 예산확보등 만반의 준비를 해온 만큼 반드시 좋은 결실이 있을 것입니다』

 ―원광대는 정부가 추진중인 공과대학 국책지원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 대한 견해와 전망을 들려주십시오.

 『이 사업은 대학 종합평가인정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지방대학, 특히 사립대학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대학의 특성화뿐입니다. 수험생들이 대학을 지원할 때 일류대학이니, 삼류대학이니 하는 식의 특정대학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학과를 전공하려면 ▲▲대학을 가야 한다」는 식의 특성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광대는 전주 군산 이리등 3개시의 공업단지와, 서해안 시대의 중심지가 될 군산외항 건설등 지리적 여건으로 보아 기계 전기 전자계열을 중심으로 한 특성화 대학으로의 발전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같은 관점에서 공과대학 국책지원사업 선정에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원광대 캠퍼스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의 명소로 꼽힐만큼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났던데요.

 『50만평의 드넓은 캠퍼스에 수목이 울창하고 비단잉어가 노니는 큰 호수가 3개나 있어 사시사철 풍광이 아름답습니다. 주말과 휴일이면 이리시민들에게 캠퍼스를 개방, 「이리시민공원」역할을 하고있지요』 

 ―마한·백제문화연구소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대학부설 38개 연구소중 73년10월 설립된 마한·백제문화연구소와 약품연구소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74년 미륵사지 발굴로부터 시작된 익산문화권에 대한 관심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잠시도 제 마음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원광대학이 자리하고 있는 익산문화권은 마한의 고도로서 청동기문화의 중심지였던 만큼 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지역 주민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조상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출간하신 「동방의 등불 한국」이라는 저서는 어떤 내용입니까.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터무니없는 열등감에 젖어 우리 것을 폄하하거나 외면해 온 사람들에게 한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조금이나마 불어넣기 위해 민족의 정통성과 뿌리, 조상의 멋과 슬기등을 소박한 마음으로 전하려 애썼습니다』【정리=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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