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 시기·조건·일정 관철… 장소·횟수 북주장 채택/“상호주의등 알맹이 모두 양보”/「전술적」손익보다 성과에비중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28일 개최된 예비접촉에서 채택된 합의서는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시기, 장소, 횟수(상호주의), 일정 및 회담 조건등 5개항에 관해 남북 쌍방이 이견을 절충한 산물이다. 협상의 결과는 대체로 시기, 회담조건, 일정등은 우리측의 입장이 관철되고 장소와 상호주의 문제에 대해서는 북측 주장이 채택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관계자들은 이같은 점을 들어 『예비접촉협상은 쌍방이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수요가 강했던 탓에 서로 양보, 적당한 중간지점에서 만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결과에 대한 양측의 대차대조표는 양보한 「건수」가 아니라 사안의 중요도와 질로 따져야 하며 이번 접촉이 『알맹이는 모두 북측에 내준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물론 남북한 양측의 최종성적표는 다음달 25일부터 개최되는 정상회담에서 판가름나는 것으로 예비접촉단계에서의 「전술적」손익을 따지는 것은 상대적으로 의미가 작은 것일 수도 있다.
우선 정상회담의 시기로 우리측은 첫제안에서 첫회담 7월13일― 2차회담 8월23일을, 북한측은 8월중순을 제의했다. 북측은 날짜를 명시하지는 않고 『「8·15」를 유념한다』고 의사를 표시했다. 양측은 수일씩 날짜를 좁혀 최종적으로는 우리측 제의로 7월25일을 확정했다. 이에따라 우리측은 8·15 평양민족대회에 정상회담이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측은 처음부터 날짜 문제에 대해서는 비중을 두지 않는 자세였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일정은 우리측이 2박3일을,북측은 단발성 회담을 염두에 둔 3박4일을 제의했다. 합의서는 우리측의 「2박3일안」을 채택했으나 『필요에 따라 더 연장할 수 있다』고 부서를 달아 북측안도 일부 수용했다.
장소문제는 북측이 처음부터 완강한 협상자세를 보였던 부분이다. 우리측은 상호교환방문을 주장하면서도 첫회담장소를 평양으로 스스로 제의, 유연한 자세였다. 이는 이번 정상회담이 우리측이 먼저 제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인정하게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카터를 통해 중개된 메시지는 김영삼대통령이 먼저 정상회담을 원했는지, 김일성주석이 이를 제의한 것인지 모호했으나 우리측이 예비접촉을 제의한 것을 공식제의로 보고 선제의한 측이 먼저 방문한다는 관례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시기 장소 일정에 관한 이같은 합의는 상호주의 원칙과 「패키지」식으로 연계된 것으로 김일성주석이 우리측으로 답방한다는 합의가 없는 한 함께 무효화되는 것. 우리측은 첫 발언문부터 상호주의를 강조했으나 북측은 이를 완강히 거부, 결국 상오11시40분부터 시작된 수석대표간 단독접촉에서 우리측이 양보, 일괄타결 됐다. 합의서는 『쌍방 정상의 뜻에 따라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구속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2차회담의 개최 여부는 몹시 불투명한 상태다.
북한은 합의서초안부터 『정상회담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를 7월1일부터 일제히 중단한다』는 강력한 조항을 내걸고 왔다. 양측은 하오 내내 입씨름을 하다 막판에 김용순단장이 양보, 공동노력한다는 원칙선으로 후퇴했다.
결국 상호주의와 「분위기조건」등 두가지가 쟁점이 됐고 양측이 이를 번갈아 양보한 셈. 그러나 북한측이 내세운 「분위기론」은 당초「조건없는 정상회담」이라는 사전양해 사항에 위배되는 것으로 애당초 쟁점이 될 수 없었으며 이에 따라 상호주의라는 확립된 원칙과는 비교될 수 없는 성질이라는 주장이 많다. 김일성주석이 우리측을 방문하는 문제는 북한의 「카드세분화」전략에 따라 또다른 카드가 될 것같다. 우리측은 이를 위해 전혀 새로운 협상을 벌여야할 가능성이 많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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