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만남에 책임감 무거워”/구체사항 보다 대국적 원칙결정/「핵」 집착않더라도 거론은 해야/북측요청엔 「맏형」 자세로 접근 김영삼대통령은 29일 황락주국회의장을 비롯, 14대국회 후반기를 이끌어갈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했다. 다음은 오찬모임의 대화요지.
▲김대통령=어제 정상회담개최에 합의했으니 그에 관한 얘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회담은 조건없이 하는 회담이기 때문에 그만큼 신축성도 많고 정형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슨 얘기든지 솔직히 털어놓고 얘기해주기 바랍니다.
▲조순승상공자원위원장(민주)=브란트전서독총리가 살아있을 때 『동서독 정상이 만났을 때 의제없이 만났다』면서 『앞으로 한국에서도 정상회담을 하게되면 의제없이 만나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에 대통령께서 김일성주석을 만나면 이것이 1차회담이니까 핵해결같은 문제에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말고 큰 문제만 원칙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영권교육위원장(민주)=김주석을 북한지역에 적대적인 정권을 세운 사람으로 보지말고 민족의 일원으로 만난다는 자세로 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홍사덕노동환경위원장(민주)=김주석과 만나면 맏형의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주석이 한국에 대해 원하고 요청하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홍영기부의장(민주)=핵문제같은 크고 부담스러운 문제보다는 가벼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신기하민주당총무=정치 경제와 같이 민감한 문제가 주제가 되면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민족의 동질성회복, 문화교류등과 같은 문제부터 다뤄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웅배외무통일위원장(민자)=처음 만나는 것은 신뢰를 구축한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비핵화원칙만은 확고히 해야 합니다.
▲박상천보사위원장(민주)=이번 회담에서는 핵 문제에 너무 집착할 필요까지는 없다하더라도 핵문제에 대한 언급은 있어야 됩니다.
▲김대통령=90년가을 브란트전서독총리를 만난일이 있습니다. 그때 브란트총리도 자기 생전에 독일 통일이 그렇게 쉽게 오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같습니다. 우리의 통일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역사상 전례가 없어 따를 원칙이나 사례가 없기 때문에 더욱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초당적으로 지원해주고 지혜를 모아주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황락주의장=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김주석을 만난다는 것은 역사적인 대사건입니다. 회담의 성취에 너무 욕심을 갖지 말고 두 정상이 만나서 정확한 남북의 현실, 북한의 의도, 김주석의 의도만 파악한다 해도 커다란 진전이며 그 만남의 사실에서 이룩되는 성과에 만족할 수 있습니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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