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2년전 7·4남북공동성명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었다. 「통일의 돌파구가 열리려나」하는 기대와 흥분으로 모두가 들떠있었다. 그후 남북조절위와 적십자회담이 서울과 평양을 왕래하면서 번갈아 열리고 있을 때만 해도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그때의 그 감격적인 시간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후속 회담들은 양쪽의 팽팽한 의견대립으로 평행선을 달리다가 급기야는 대화자체도 뚝 끊어졌다. 부풀렸던 기대가 실의로 바뀌는 아픔을 견뎌야했던 우리다. ◆7·4공동성명이 나온지 근20년만인 지난 91년 12월 우리는 비슷한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일이 있었다.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채택되던 때였다. 서울서 열린 제5차총리회담의 역사적 성과라고 떠들썩했었다. 이제 대립과 대결의 냉전관계가 끝나고 화해와 협력의 새시대가 열렸다고 흥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때의 흥분도 순간으로 끝나고 말았다. 기대가 실망으로 돌변한 두번째의 경우였다. ◆지난 28일 극적 합의를 본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역시 가벼운 흥분이 일고 있는 것같다. 이번에도 또 얼마안가 실망해야 하는가.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스스로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회담 자체를 처음부터 비관해서가 아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고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그래서 서둘지 말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무턱대고 흥분에 휩싸이던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세련된 느낌을 주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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