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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기초의학교육 “파행”/교수난·경시풍조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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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기초의학교육 “파행”/교수난·경시풍조 만연

입력
199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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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학 아예 교과과정 제외도/해부학 사체 부족 “곁눈질 실습” 기초의학교육이 크게 부실해 육성대책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높다. 기초의학교육이 낙후된 원인으로는 교수인력의 절대부족이 제일 먼저 꼽힌다. 의과대학들 대부분이 강의를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의 부족한 교수인력에 시달리는데다가 특히 최근6∼7년 사이 의과대학이 대거 신설되면서 교수부족현상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신설의대중 동국대 아주대 울산대의대와 대구가톨릭의대등에선 아직 기초의학인 기생충학 전임교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고 과목특성상 가장 많은 교과시간이 할애되는 해부학도 겨우 단1명의 교수에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가톨릭의대나 건국대의대등 일부 대학은 불과 한달전에야 해부학교수 1명씩을 확보했다. 대부분의 신설의대는 기초의학교육의 상당 부분을 외래강사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대의대 채종일교수(기생충학)는 『기생충학 강의자체를 아예 커리큘럼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의과대학이 상당수』라면서 『의사국가시험에 기초의학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의과대학들이 더욱 이를 소홀히 여기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의대라고 할 수있는 서울대의대의 기초의학실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최근 서울대의대 이순형교수(기생충학)의 조사에 의하면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등 거의 모든 기초의학과목이 교수 1인당 학생수 20∼30명선(기생충학은 1인당 70명)으로 실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의대 백상호교수(해부학)는 『지난 학기 내내 서울대의대의 경우 학생 2백5명이 불과 7구의 사체를 갖고 해부학실습을 했다』면서 교수인력과 함께 실험용 사체의 부족등 다른 실습여건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정은 기초의학분야의 교수인력 자체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각 대학교가 의대교수확보를 기피하고 있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설의과대는 재정상의 이유로 전임교수보다 시간강사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 대학의 기초의학 경시풍조로 기초의학을 지원하는 학생의 숫자도 자연히 줄어들어 기초의학인력 부족은 악순환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의학협회 유성희회장은 『「선인가 후시설」같은 편법 의대신설의 폐단이 이처럼 기형적인 의대를 낳고 있다』면서 『첨단고가장비나 외국선진의술도입에만 급급한채 의대증설만이 의료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생각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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