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배몰려 “밤잠 설쳤다”/“다시 실망없게…서신왕래라도” 『저너머가 고향가는 길인데…』 『이번에는 통일의 문이 열리려나…』
7월 25일 김영삼대통령이 온국민의 통일염원을 안고 평양으로 향하게 될 통일로―자유로와 통일전망대, 임진각, 자유의 다리등에는 29일 아침부터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실향민과 통일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얼마전만 해도 전쟁의 먹구름이 감돌던 통일전망대에는 구름낀 날씨에 평일인데도 평소보다 2천여명 많은 5천여명이 찾아와 남북회담 성사와 통일을 기원했다. 실향민들은 대부분 북녘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보거나, 통일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표정이었다. 그동안 남북한 긴장상태로 발길이 뜸하던 일본인등 외국인 단체관광객도 많이 눈에 뛰었다.
1·4후퇴때 평안북도 강계군에서 월남한 최인호씨(71·서울 강동구 명일동)는 『어젯밤 식구들과 고향얘기를 하며 뜬눈으로 지샜다』면서 『우선 남북한 가족간에 서신왕래가 허용되고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되는 등 통일의 물꼬가 트이기를 고대한다』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생전에 고향땅을 밟는 것이 소원이라는 최씨는『이 곳에서 북쪽 하늘을 보고 있으면 부모님과 동생등 가족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황해도 송화군이 고향인 여인전씨(66·여·서울 동작구 상도동)도 이날 상오 통일전망대를 찾아와 『분단된지 반세기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돼 기쁘다』며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께 생전에 꼭 고향에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는데 나라도 소원을 이룬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남북예비접촉이 열린 판문점 바로 앞에 있는 임진각에도 실향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져 평소의 배이상인 8백여명이 찾아왔다.
방문객들은 한결같이 임진각 건물 4층 전망대에서 눈앞에 펼쳐진 이북땅을 바라보면서 숙연해했으며, 망배단 앞에는 기도하는 실향민들이 줄을 이었다.
함남 고원군 출신인 조훈균씨(61·경기 가평군 마장리)는 『어제 TV를 보고 갑자기 고향이 그리워 새벽같이 달려왔다』며 『남북 양측이 정치성을 떠나 인도적인 측면에서 회담에 임해 이산가족의 한을 반드시 풀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씨는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지금까지 북에 너무 많이 속아온 점을 생각하면 신뢰감이 줄어든다』고 한숨지었다.
평양이 고향인 유상준씨(65·서울 강서구 화곡동)는 『죽기 전에 고향땅을 밟아보는 것이 한평생의 소원』이라며 통일을 생각하는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날 북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나본 실향민과 관광객들은 좀더 오래 머물고 싶어하는 눈치였다.【선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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