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부인기작가들이 시청률을 앞세워 연출자의 연출능력과 출연자 선정에까지 깊이 개입하면서 연출자교체, 드라마방영일정연기등 방송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일부작가들의 월권행위가 늘고 있는 것이다. SBS 월화드라마 「작별」의 연출자가 작가(김수현씨)의 요구로 방영 2회만에 김수동씨에서 곽영범씨로 바뀌었다. 또 KBS 2TV가 7월2일부터 방영예정이었던 새 주말연속극 「바람불어도」는 작가 허숙씨의 갑작스런 집필거부로 방영을 취소하고 「남자는 외로워」를 연장방영하고 있다. 「바람불어도」의 경우 방송사에서 탤런트 허준호를 주역으로 기용하자 작가가 『지적인 남자 주인공역으로 허준호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집필을 거부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SBS 「이 남자가 사는법」이 특집에 밀려 늦게 방영되자 작가 서영명씨가 집필거부의사를 밝히는등 방송의 편성권까지 문제삼은 경우도 있었다.
연출자교체나 연기자 보이콧은 작가가 좋아하거나 작품의도상 적격이라고 생각되는 연기자만을 쓰고 방송사나 연출자는 주어진 대본으로 기술적인 제작만 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연출의 고유영역과 연기자의 연기력은 아예 무시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작가들의 과잉의욕에서 나온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방송사가 자초한 일이라는게 방송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방송사는 몇십년째 신인작가를 양성하기보다는 경쟁적으로 몇몇 인기작가에 매달려왔다. 전작제는 말뿐이고 방송 하루나 이틀전에 작가가 대본을 넘겨도 시청률만 높으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저자세의 졸속제작을 해왔다. 장기적인 안목의 기획력 부재도 한몫을 했다.
MBC의 한 PD는 『인기를 무기로 점점 확대되는 작가들의 이같은 월권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전작제를 정착시켜야 하고 나아가 외국처럼 독립제작사가 만든 작품을 보고 선택해 방송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연출자로서의 자존심과 고유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물의를 일으킨 작가에게는 집필을 의뢰하지 않는 방송사의 연대의식이 요구된다는게 일선PD들의 얘기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시청률싸움을 벌이는 한 이같은 작가의 고자세는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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