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국의 자전거 물결(장명수칼럼:1691)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국의 자전거 물결(장명수칼럼:1691)

입력
1994.06.29 00:00
0 0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인상적인 것중의 하나는 자전거 물결이다. 출퇴근 시간에 도로를 가득 메운 자전거 행렬이 자동차들과 사이좋게 달리는 광경은 세계와의 속도경쟁에서는 좀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매우 평화롭게 보인다. 자전거 뒷좌석에 튼튼한 광주리를 달아 어린아이를 싣고 가는 어머니, 마늘 한줄을 매달고 가는 중년남자, 출퇴근하는 사람들, 학생들, 어린이와 노인등 자전거행렬은 다채롭다. 특히 자전거 타는 여자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여자들은 미니 스커트, 긴 치마, 옆을 시원하게 튼 전통의상을 입고 거침없이 달린다. 바람이 온갖 색깔의 치맛자락을 날려 거리를 수놓는다.

 자전거는 중국인들의 생활 필수품이다. 인구 1천2백만명인 북경의 자전거대수가 8백만대이니 활동하는 인구는 빠짐없이 자전거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10여년전만해도 아이들에게는 자전거가 사치품이었으나, 최근에는 어린이들의 자전거 소유가 크게 늘어나 열두살 이상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자전거 한대 값은 3백50원(우리돈 3만2천원)에서 1천원정도, 공무원의 월급이 3백원선이니 꽤 비싼 편이다.

 정부는 자전거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모든 자전거가 등록돼 있고, 물론 번호판이 붙어있다. 세금은 1년에 15원(우리돈 1천3백원 정도), 시내 곳곳에 있는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울때는 주차료를 받는다. 지하철, 버스등을 갈아타는 환승장에는 수백, 수천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10∼15 정도의 거리라면 대개 자전거를 타고 간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과 버스는 사람이 꽉 차 숨쉬기도 힘들 정도인데,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시원하고 자유롭다. 겨울에는 바람이 매섭고 빙판이나 눈길로 자전거 타기가 힘든 날이 많지만, 다른 계절에는 자전거가 최고다』라고 관광가이드는 설명했다.

 대만에도 자전거나 오토바이 타는 사람이 많은데, 일반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중국인들에게는 자기 혼자 타고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자전거가 잘 맞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중국의 땅 자체가 가도가도 평지여서 자전거타기에 좋다는 이점도 있다. 언덕이 많은 중경에서는 거의 자전거를 볼 수 없었다.

 중국의 자전거 행렬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기 전에 자전거가 생활화했다면 자동차 공해가 한결 덜하지 않았을까. 특히 북경의 대학가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은 자동차 주차난을 겪고 있는 서울의 대학들과 비교가 됐다.

 일찍이 자전거를 생활화한 중국인들의 합리성, 한평생 자전거로 단련된 10억 인구의 힘찬 다리를 생각하면서 거리에 넘치는 경제발전의 활력을 보게 된다.<중국 북경에서·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