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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분단사의 대전기/정상회담에 온 민족은 기대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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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분단사의 대전기/정상회담에 온 민족은 기대한다(사설)

입력
199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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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한이 판문점 예비접촉에서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주석간의 첫 정상회담을 내달 25일부터 3일간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한 것은 실로 「역사적인 대사건」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성과에 따라 탈랭전·대화해시대에 사실상 유일하고 가장 험악한 냉전상황하의 한반도 기류를 변전·완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아 그 의의는 매우 깊고 막중하다 할 것이다.

 우리는 분단 49년만에 남북의 최고통치권자가 처음으로 무릎을 맞대고 이념과 적대를 뛰어 넘어 꽁꽁 얼어붙은 구원과 대립의 감정을 풀고 녹이기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을 환영한다. 이제 7천만 온 겨레가 회담을 반기면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 만큼 남북의 정상은 일체의 정략을 툭툭 털어버리고 화해와 공존공영, 그리고 통일기반 구축을 위한 대방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사실 바로 1주일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공갈과 위협으로 팽배했던 대결과 전쟁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켜 남북한이 정상회담에 합의한 것은 환영할 일이나 회담의 전도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물론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사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장차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겨레가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도 지극히 의문인 것이다.

 남북간에 얽히고 설킨 많은 문제들과 함께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 역시 결코 단순하지 않다. 실로 회담다운 회담이 되기까지 넘어야 할 유형무형의 난관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첫 예비접촉에서 북한이 정상회담실현을 위해 보인 일련의 자세는 평가할 만하다. 우리는 북한이 정상회담을 실현시키려는 제1의 목적이 내달초 열리는 미국과의 3단계회담에 앞서 국제적으로 평화의지를 과시하고 또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 내려는 심산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들로서는 이번 3단계회담이 핵놀음으로 거둘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본 것이다.

 다음 흔히 상견례와 탐색전으로 끝나는게 관례인 첫 접촉에서 몇가지 고집을 부리기는 했지만 정상회담에 의욕을 나타낸 또하나는 남한과의 대화의 필요성, 즉 고립을 면하고 장차 협력파트너로 삼기 위한 생각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의제가 없이 무조건 만나 당면한 공동관심사를 논의하는 특이한 대좌이지만 정상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과제는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가장 선결해야 할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과거 핵규명을 포함하여 핵투명성 확보와 함께 핵개발을 포기토록 다짐받는 것이며 다음 7·4공동성명과 기본합의서 정신에 의해 적대관계해소, 상호체제인정, 내정불간섭, 군축, 그리고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재회등 인적·물적 교류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에 대해 흡수통일을 결코 하지 않으며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북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교류협력으로 공존공영을 모색한다는 확신과 약속을 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북한으로 하여금 대남적화 야욕을 영구히 포기토록 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정부는 정상회담합의에 흥분하고 기뻐만 해서는 안된다. 예비접촉에서 북한이 보여준 태도는 북한의 대화의도와 순탄치 않을 회담의 앞날을 시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첫째는 김일성이 서울방문을 극력 기피하고 있는 점이다. 국가간의 정상회담은 물론 각료회담도 상대방 국가의 수도에서 교대로 여는 것이 오랜 관례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측이 상호주의원칙에 의한 교대개최를 강조했음에도 이를 강력반대, 결국 2차회담은 서울로 예정하되 구체적 일정은 1차회담에서 정하는 것으로 낙착된 것은 분명 잘못된 합의다. 동족상잔의 6·25남침을 저지른 장본인인 김일성으로서는 서울방문이 지극히 괴롭고 희생자들의 예상되는 규탄공세가 두렵겠지만 응당 방문하는게 도리다.

 김일성이 남한을 방문한 것은 6·25남침후 인민군이 낙동강전선까지 진격했을때 득의의 전승기분으로 수안보까지 내려왔다가 서울을 거쳐 올라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제 김일성은 2차회담때 서울을 방문, 그들의 적화야욕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며 부질없은 전쟁놀음으로 수많은 동족을 희생시켰으며 실향민과 유가족을 포함한 남의 국민들이 얼마나 공산주의를 싫어하고 반대하고 있는가를 직접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은 김용순수석대표가 7월1일부터 정상회담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행동을 상호중지할 것을 합의문에 넣자고 제의한점이다. 이의 속셈은 분명하다. 하나는 장차 미국과의 회담에 한국이 핵투명성을 들어 간섭·압력을 가할 수 없게 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6·25를 도발한 김일성에 대한 비판과 비난공세를 막자는 것이다. 이 시간에도 김대통령과 문민정부에 온갖 폭언을 퍼붓고 있는 그들의 요구는 바로 적반하장격이다.

 끝으로 북한은 남북정상을 「최고위급회담」이라고 부르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남한체제를 인정않겠다는 것으로 그들은 1948년 소위 남북연석회의이래 대남교란을 위해 남쪽의 정당·사회단체대표들에게 정치회담을 열자고 숱한 초청공세를 벌여왔었다. 때문에 김대통령과의 만남은 한 정당·사회단체의 최고위대표로 규정, 정상회담 자체를 격하시키려는 술책이다.

 이런 북한을 정상회담에 합의했다고 적당히 넘길 수는 없다. 오는 1일 두번째 예비접촉에서 2차회담때 김일성은 반드시 서울을 방문해야 하며 회담명칭 역시 「남북정상회담」으로 공식화하도록 명백히 못박아야 한다.

 사실 정상회담의 순항여부는 김일성의 의중에 달려 있다. 미국과 3단계회담이 핵문제로 난항을 거듭하고 미·일·중·러시아등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충돌이 복잡해지며 또 남북간에 예기치 못한 돌출상황이 발생할 경우 저들은 정상회담을 표류시킬게 확실하다. 정부는 정상회담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고 하나하나 냉정하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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