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옷 구입·유흥비 등에 물쓰듯/카드사,장삿속 제한완화로 조장 서울 강남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신용카드소지가 열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삐삐선풍」이후 신용카드가 예비오렌지들의 필수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이 급증하는 강·절도를 방지하고 자녀들의 소비행태도 알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는데 카드 사용처가 10대들의 소비생활과는 격이 맞지 않는 백화점이나 고가품 취급점이 대부분이어서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구나 카드가맹점들도 10대들이 부모의 카드를 사용해도 실제소유자를 확인치 않고 판매하는가 하면 일부 카드사들은 고객확보에만 급급해 발급제한을 완화해 청소년의 신용카드소지를 부추기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카드라 해도 20세 이하에게는 발급되지 않았으나 가족카드 신청자가 늘어나자 VISA카드는 지난해부터 만18세이상으로 나이제한을 완화해 고3학생들에게도 카드발급을 허용하고 있다.
또 씨티은행카드는 현금카드면서도 신용카드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 국교생들에게도 은행잔고만 있으면 발급한다. 잔고가 2백만원이상일 때 발급되는 씨티은행카드는 가맹 백화점과 호텔등지에서 직불제로 카드사용이 가능하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G백화점 의류매장직원 김모양(22)은 『어린 학생들이 고가의 옷을 카드로 결제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세일기간에는 5∼6명의 여고생들이 함께 와 20여만원이 넘는 옷을 각각 한두벌씩 사고는 모두 카드를 내놔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 M백화점 CD 카세트테이프매장 직원 이모양(29)도 『청소년들이 현금으로 살때는 CD 1∼2장정도씩 사지만 카드로 살때는 구입량이 대폭 늘어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고교생 아들에게 가족카드를 발급해줬다가 자신의 카드마저 거래정지를 당한 곽모씨(56·사업·서울 서초구 양재동)는 『지불통지서를 받아보니 대부분 유흥비로 썼더라』며 『카드를 만들어주기 전에 카드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구정고 학생주임 박승각교사(56)는 『학생들의 소지품검사때 신용카드가 발견되면 압수해 학부형들에게 돌려준다. 카드가 절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는 과소비의 도구로 이용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하고 『아예 미국처럼 거래한도금액이 매우 낮게 책정된 학생용카드를 만들어 쓰게 하는 것이 올바른 카드문화 교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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