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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50년 빗장푸는 「염원의 거보」(남북 정상회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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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50년 빗장푸는 「염원의 거보」(남북 정상회담:1)

입력
199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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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경협­이산가족 등 가슴열고 논의/통일 1단계 「화해­협력」 향한 서막 남북은 28일 50년분단사상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성사시킴으로써 남북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 남북은 과연 정상회담을 통해 반세기동안 계속돼온 대립과 대결의 시대를 마감하고 통일로 나아가는 역사적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정상회담을 소득없이 끝냄으로써 좌절만 안겨준채 더 깊은 불신의 늪에 빠져들 것인가.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주석의 남북정상회담은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도 분단사상 양측 최고당국자의 첫 만남이다. 남북은 지난 92년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 문서상으로는 민족공동체회복의 단초를 열었지만 남북정상의 만남은 요원한 일로 여겨져 왔다. 오히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북한 핵문제로 한반도는 긴장이 더욱 고조돼가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일방의 필요에 의한 정상회담제의와 상대방의 외면, 정상의 뜻을 전하기 위한 밀사의 상호방문등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공개리에 제의와 수락이 오가고 고위급 예비접촉을 통해 이를 성사시킨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남북은 서로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는 핵문제를 풀기 위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했다는 얘기이다.

 남북정상이 만나면 사전 의제조정 여부에 상관없이 핵문제는 물론 남북문제 전반에 대해 폭넓은 대화가 있을게 분명하다. 특히 남북정상이 단독대좌하게 되므로 가슴을 터놓고 모든 얘기를 할 수 있어 서로의 진의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것이 불신의 벽을 헐고 신뢰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남 그 자체에 큰 의의가 있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성사된 배경에는 북한 핵문제가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었으므로 회담에서 이 문제의 돌파구가 열리면 단순한 회담의 성과를 넘어 남북관계는 실질적으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회담과정에서 김대통령은 흡수통일 의사가 없고 핵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의 대미 ·대일수교등을 지원할 뜻을 확실히 하고 체제유지가 급선무인 김주석이 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회담성과는 큰 것이다. 그전에 남북기본합의서등 기존의 합의를 준수한다는 의지만 확인돼도 일차적으로 성과는 거두는 것이다. 우리가 제시해온 3단계 통일방안의 1단계인 화해와 협력의 장이 문서로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열릴 수 있다는 기대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산가족상봉과 경협문제도 정상간에 대체적인 얘기가 오갈 것이다.

 정상회담이 정례화는 아니라해도 수시로 열릴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된다면 2단계인 남북연합의 단계로 진입하는 초석을 닦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장밋빛 기대는 아직 속단이다. 북한이 핵개발에 열을 올려온 것이 대미카드라는 의도 외에 핵보유를 통한 체제유지에 있다고 한다면 정상회담 한번으로 모든 문제가 술술 풀려가리라고 보는 것은 너무 감상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북한이 실질적인 인적 물적교류 및 협력의 장을 열어가려는 수용태세가 돼있느냐는 회의론도 많다. 북한은 체제유지에 대한 위험부담을 우려해 개방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북으로서는 핵포기나 개방이 모두 아킬레스 건이다. 이런 비관적 요소를 감안하면서도 정상회담에 기대를 갖는 것은 최고통치권자들이 만나는만큼 조그만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한민족의 장래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그야말로 완전한 재량을 갖고 얘기를 나누게 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어떤 식으로든 남북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북·미 및 북·일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정세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단 한번의 만남에 너무 많은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라는 점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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