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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수석 헤어지기전 귀엣말/판문점 예비접촉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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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수석 헤어지기전 귀엣말/판문점 예비접촉 이모저모

입력
199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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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장소 예상과는 달리 상오 합의/“서울회담 열리나”에 북측 “두고봐야”/판문점 오는길 서로자랑 「장소유치」 신경전도 ○…남북한은 이날 하오 8시25분 양측수행원들이 먼저 입장한 가운데 각자가 작성한 서명용 합의문 1부씩을 사전 교환하고 곧 이어 양측대표단이 입장하여 잠시 포즈를 취한뒤 착석. 이홍구수석대표는 『오래 기다렸습니다』면서 『길다면 길었지만 합의서채택에 들어갈 수 있어 기쁩니다』고 인사. 먼저 우리측의 윤여준대표가 합의문을 낭독하고 곧이어 북측 안병수대표가 합의문을 낭독. 대표들은 상대측이 합의문을 낭독하는 동안 자기앞에 놓인 2부의 합의문을 펼쳐 보며 내용을 확인.

 남측대표의 낭독이 끝나자 김용순 북측단장은 『늦기는 했지만 오늘 이렇게 합의결과를 보게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며 화답. 백남준대표는 김단장에게 낮은 목소리로 『다음은 우리측에서…』라고 다음 할 말의 운을 떼어주어 눈길. 8시30분 양측의 낭독이 끝난뒤 이부총리가 『잘 되었습니다』고 말하자 김단장은 『다른 것 없지요』라며 미소. 이에 이부총리는 『다른 것 없습니다』며 『없으면 서명하시지요』라고 다음 순서를 리드.

 ○…서명은 먼저 양측대표가 2부의 합의문에 서명을 한뒤 이를 다시 교환하여 서명하는 순서로 진행. 이수석대표는 검은색 만년필을, 김단장은 검은색 사인펜을 각각 사용. 양측대표는 합의문을 교환한뒤 합의문을 왼쪽에 끼고 일어서서 악수를 교환하며 보도진을 위해 잠시 포즈. 악수를 나눈뒤 김단장은 『앞으로 우리 함께 합의사항의 실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합시다』고 언급. 김단장은 『오늘 중요한 합의서가 나와 기쁩니다』라며 주위를 둘러본뒤 『모두들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 또 김단장은 우리측 윤대표를 바라보며 『윤선생 오늘 특별히 수고 많았습니다』라며 치하. 인사를 마친뒤 김단장은 큰소리로 『앞으로 다시 만납시다』라며 두손을 번쩍들어 작별 인사. 북측대표단이 계단을 통해 현관으로 내려와 대기하고 있던 그랜저승용차에 탑승하기 직전 기다리고 있던 이부총리가 김단장에게 귀엣말로 무언가를 속삭이자 김단장은 『좋습니다. 필요하면 다시 만납시다』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동감을 표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합의서」 서명식을 마친 김단장은 우리측 수행원들과일일이 악수. 김단장은 계속되는 사진기자들의 포즈 요구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번쩍치켜드는 모습을 자주 연출, 외교통으로서 면모를 과시하기도. 그는 이날 회담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는 우리측 기자들의 질문에 『구태여 말로 할 필요가 있느냐. 합의한대로 서로 잘 지키면 되지 않겠느냐』고 짤막하게 답변. 김단장은 또 다음 회담이 서울에서 열리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두고봐야 알겠다』고 여운. 김단장은 곧바로 다른 두 대표와 함께 승용차에 탑승,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으로 향발.

 ○…예비접촉이 성공리에 끝난 것과 관련, 한 남측 참석자는 『북측의 정상회담의지가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남북정상이 한번이라도 만나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희망섞인 전망.

 이 참석자는 이어 양측 수석대표가 『다같이 오늘 부총리가 나왔으니 합의서를 채택하자』고 회담분위기를 전한뒤 『양면합의는 전혀 없다』라고 부연.

 ○…이날 예비접촉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시기와 장소 문제는 상오회의에서 일찌감치 합의.

 남측은 「7월13일∼15일 서울 1차회담개최, 8월22일 평양 2차회담 개최」안을 제시한 반면 북측은 「8월중순, 평양, 단 8·15를 유념한다」는 안으로 맞섰으나 시기와 장소에 대해 양측이 1차 수석대표 접촉에서 절충안을 찾아냄으로써 타결.

 한편 체류일정은 남측이 「2박3일」을 내세운 반면 북측은 「3박4일」을 주장한 끝에 결국 「2박3일, 단 체류일정을 연장할 수 있다」로 최종합의.

 ○…예비접촉의 양측 대표들은 상오9시57분 승용차편으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 도착한 북측 대표단 일행을 이홍구수석대표등 우리측 대표단이 영접하면서 첫 조우. 검은색 줄무늬 싱글 차림의 이부총리는 남북회담장에 처음 나온 만큼 다소 상기된 표정이면서도 시종 미소를 잃지 않으며 여유를 보이는 모습. 양측 대표들은 우선 『반갑습니다』며 인사를 나눈뒤 관례에 따라 2층 대기실에서 잠시 대기했다가 10시 정각 회담장으로 직행.

 ○…우리측 수행원으로 참석한 구본태통일원통일정책실장은 회담장으로 막 들어서면서 북측의 최성익 조평통서기국부장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가볍게 인사. 최부장도 구실장이 낯에 익은듯 손을 흔들며 미소로 화답. 우리측 수행원은 구실장외에 엄익준국무총리특보, 장재롱외무부미주국장등이며 북측 역시 최부장외에 최승철 조평통서기국부장등이 나와 과거에 비해 양측 수행원들의 「급」이 높아진 점도 이번 접촉의 특이사항으로 기록.

 ○…북측 김단장은 기자들을 위해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편채 두 손을 들어보이는 포즈를 여러차례 취하는가 하면 이수석대표의 말에 『그렇죠, 그렇죠』라고 맞장구를 치는등 소탈한 모습. 김단장은 또 안병수대표와 백남준대표를 우리측에 정중하게 소개한뒤 자신을 가리키며 『나는 그저 김용순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해 웃음.  이에대해 이수석대표 역시 『나도 이홍구라고 불러달라』고 응수.

 ○…양측 수석대표들은 서로 판문점까지 오는 길이 잘 닦였다고 자랑하면서 정상회담 장소를 자기측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 눈길.

 북측 김단장은 『평양에서 이곳까지 2시간 거리밖에 안되는데 오는 곳곳이 깨끗한 문화주택과 싱싱하게 영근 곡식으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면서 『귀측이 이 길을 한번 다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선수. 이에대해 우리측 이수석대표는 『우리 사무실에서 이곳까지는 1시간 거리』라면서 『특히 최근에는 고속도로가 8차선으로 틔어 있으며 그 고속도로가 북쪽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응수.

 ○…양측 수석대표들은 또 북한이 최근 추진중인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와 남북경협을 놓고 가벼운 환담을 나누기도. 이수석대표가 먼저 『사업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진·선봉자유무역과 관련된 것을 알아오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운을 떼자 북측 김단장은 자신도 『전화를 많이 받았다』면서 『결과를 두고 봅시다』고 응답. 김단장은 이어 『7천만 겨레와 전 세계가 우리를 보고 있으며 우리들 책임이 크다』고 강조.

 ○…이날 회담장에는 북측에서도 25명의 이례적으로 많은 인원이 취재활동을 벌이는 등 높은 관심을 반영. 특히 우리측은 내신기자만 50여명에 외신 20여명이 나와 모두 1백여명의 내외신기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였다.【판문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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