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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30분 “숨가쁜 드라마”/「정상회담 합의」 시간대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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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30분 “숨가쁜 드라마”/「정상회담 합의」 시간대별 상황

입력
199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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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오늘중 끝내자” 북 “그럽시다” 응답/10시10분/“2차회담은 추후 논의”로 시기 합의/11시40분/「분위기 조항」싸고 2시간여 대설전/하오2시/「리홍구」 수정에 30여분… 합의서 서명/8시30분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지게 될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28일의 판문점 예비접촉은 대화개시부터 합의서 서명까지 10시간여 동안 상황마다 숨가쁜 상황들이 연출된 한편의 드라마였다.

 상오10시 정각.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 양측 대표들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서로 덕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홍구수석대표와 김용순단장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10시10분께 기자들은 물러가고 양 대표들은 드디어 제1라운드로 접어 들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우리측 이수석대표가 『오늘중으로 끝내자』며 단도직입적으로 화두를 던졌고 북측 김단장은 기다렸다는 듯 『그럽시다』며 이에 즉각 응답했다. 이어 양측은 각자 준비해온 합의서 초안을 공개하면서 첫 발언을 시작했다. 우리측 대표들은 북측이 이례적으로 이날 합의서 초안까지 준비해온데 대해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비공개라 바깥 사람들은 깜깜 몰랐겠지만 사실 시작부터 조짐이 심상찮았던(?) 것이다.

 첫 발언 결과 우리측은 『7월12일부터 평양에서 1차, 8월22일부터 서울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자』고 주장했고 북측은 『8월 중순, 평양』으로 맞서 이견이 드러났다. 북측은 8·15가 광복절이란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측은 물론 이것이 북한측의 8·15민족대회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의심을 하고 있었다.

 시계가 상오11시30분을 가리킬 때까지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수석대표는 10분간 휴회를 제의했고 이어 11시40분부터는 양측 수석대표끼리의 단독접촉에 들어갔다. 이수석대표는 『2차 정상회담은 굳이 명시하지 않아도 되며 추후 논의하면 된다』는 선으로 후퇴, 일단 먼저 양보함으로써 7월25일이란 날짜에 서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북측 김단장은 그러나 『7월1일부터 정상회담 분위기를 해치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라』는 「회담외적인 조항」을 합의문에 삽입할 것을 고집하고 나섰다.

 하오 회의는 이 문제를 놓고 벌인 양측 실랑이로 대부분 시간이 소진됐다. 하오1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양측 대표들은 점심식사를 위해 다시 휴회한뒤 북측대표들은 북쪽지역으로 되돌아 갔다.

 이어 하오2시부터는 양측의 「논객」들인 윤여준대표와 안병수대표가 단독으로 실무접촉을 갖고 담판을 벌였다. 논쟁은 격렬했고 이같은 설전은 하오4시15분까지 계속됐다. 윤대표는『절차문제를 왜 복잡하게 하는가』라고 따졌고 안대표는 『사전에 좋은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를 지켜본 회담관계자들은 『한바탕 신명나는 싸움이었다』며 회담결과에 가슴졸였던 심경을 털어 놓았다.

 하오5시 다시 평화의 집을 찾아온 김단장은 우리측 이수석대표와 다시 가진 단독접촉에서 「분위기 조항」 삽입 주장을 철회했다.

 그다음 상황은 일사천리로 예상됐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남은 절차는 양측이 합의서를 타이핑하고 서명한뒤 서로 교환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북측의 합의서 작성시간이 자꾸만 길어졌고 뒤늦게 작성해온 합의서에는 「이홍구」란 이름이「리홍구」로 돼있어 이를 수정하는데 또다시 30여분은 족히 소비됐다. 하오8시30분 결국 양측은 합의서에 서명하고 큰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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