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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제안 남측서 선기조연설/미리그려보는 남북예비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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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제안 남측서 선기조연설/미리그려보는 남북예비접촉

입력
1994.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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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간 첫대면 덕담으로 시작/합의서초안 2개준비/북 태도따라 선택제시 남북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판문점 예비접촉은 북한측의 김용순단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그들의 벤츠승용차를 타고 회담시작 10∼15분전 군사분계선에 도착함으로써 시작된다. 북측대표단은 군사분계선에서 우리 측의 안내를 받아 외빈용 그랜저승용차로 갈아타고 3백∼4백 떨어진 판문점 남쪽지역 평화의 집에 도착하게 된다.

 북측의 김단장은 그랜저승용차에서 내려 회담장으로 입장하기 전 국제무대에서 활약해 온 그의 외교적 감각을 십분 발휘, 내외신 기자들에게 다섯 손가락을 쫙 편 특유의 제스처와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인사한 뒤 회담장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리 취재허가를 받은 80여명의 내외신기자들은 이때 카메라플래시를 집중적으로 터뜨리며 김단장의 표정과 말 한 마디에서 회담의 성과를 미리 읽어 내려고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일 것이다.

 10시 정각 평화의 집 동서 양쪽에 마련된 회담장 입구에서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우리측 이홍구수석대표등은 북측대표단과 눈인사를 나누며 서로 먼저 입장할 것을 권한 후 함께 자리에 앉아 공식회담에 들어가게 된다. 좌석배치는 우리측은 이수석의 왼쪽에 정종욱대표, 오른쪽에 윤여준대표가 앉게 되며 북측은 김단장을 중심으로 정대표의 맞은 쪽에 안병수대표가, 윤대표의 앞에는 백남준대표가 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의 이수석과 북측의 김단장은 이번이 첫 대면이지만 통일문제와 남북관계의 베테랑들끼리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만큼 상대방의 경력을 들춰가며 비교적 짧지않은 시간동안 덕담을 나눈 뒤 예비접촉 제안자인 우리측이 먼저 기조연설을 할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회담은 이제까지의 관례대로 비공개로 들어가면서 차분하지만 긴장된 분위기로 이어져 양측이 본격적인 탐색과 절충을 벌이게 된다. 우리 측은 북측의 기조연설이 회담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그 내용 여하에 따라 2개의 서로 다른 합의서 초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측의 기조연설 내용이 긍정적일 경우 우리측 은 장소문제에 관해 신축적인 입장을 담은 「A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북측이 마련한 초안이 있으면 이를 서로 교환한 뒤 절충점을 찾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게 된다. 북측이 기조연설에서 정상회담의 절차문제와는 상관없는 내용을 주장할 경우 우리측은 보다 강경한 「B안」을 제시하겠지만 이때부터 회담의 성패는 예측할 수 없게 된다.회담성과가 불투명해지면 북한측은 우리측 제안내용을 문제삼으면서 탁월한 「이론꾼」인 안대표와 백대표가 전면에 나서 남북대표간의 소모적인 설전을 유도할 수도 있다.

 회담결과는 우리측 이수석이 회담을 끝내고 남북대화사무국으로 돌아와 공식 발표하게 되겠지만 회담장을 걸어 나오는 이수석의 표정에는 이미 모든 것이 드러나 있을 것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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