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조의 새 모델(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조의 새 모델(사설)

입력
1994.06.28 00:00
0 0

 대결과 불법파업으로 일관해온 법외노조운동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이 변혁의 기수가 현대자동차노조다. 이영복노조위원장은 『나라와 회사가 있어야 노조가 있다. 우리는 노조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투쟁일변도의 과격한 노동운동을 지양하고 온건·합리주의로 타협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현대자동차노조의 진로를 바꿔놓은 이위원장은 『노조가 정치운동 및 운동권과 결별하지 않으면 산업평화는 실현될 수 없다』며 『그런 노조는 조합원의 복지증진도 올바르게 실현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위원장의 말을 들으면 그가 정말 현대자동차노조위원장인지 귀를 의심하게 한다. 현대자동차노조는 지금까지 강성노조의 상징적 존재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87년7월 노조가 창설된 이후 지난해까지 거의 매년 폭력적인 격렬한 노동쟁의를 벌여왔었다. 현대자동차노조는 업종이 국가경제의 기간이 되는 자동차산업일뿐 아니라 노조원이 약3만명이나 되는 국내 최대의 단일사업체노조이므로 노동운동과 노동쟁의의 향방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하다.

 따라서 현대자동차노조의 노동쟁의추이는 전산업 전사업장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노조의 연례적 쟁의에서는 가장 준법적이었다고 하는데도 38일동안의 분규로 매출액손실이 4천57억원에 달했었다. 또한 목표대비 생산차질은 5만4천2백65대였고 이에따른 수출피해는 1만7천8백66대 1억3천만달러에 상당했다.

 자동차는 조립산업이기 때문에 쟁의로 생산이 중단되거나 격감될 때마다 2천7백여개의 협력업체들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이들 납품업체들의 일일 매출액이 2백40억원에 상당하고 여기에 종사하는 종업원들의 수가 모기업공장근로자들의 약10배나 되는 33만5천여명에 이르고 있어 파급영향이 엄청난 것이다.

 현대자동차공장이 멈출 때마다 울산경제도 숨을 거의 죽이다시피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역경제에서부터 국가경제에 이르기까지 무거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강성노조의 과격한 쟁의로 매년 진통을 겪었으니 거기에 따른 직·간접의 총체적 피해가 누적된다면 실로 천문학적일 것이다. 법외노조들의 기함역할을 해온 현대자동차노조의 선회는 사실 같지 않은 변화인 것이다.

 이위원장(5대)은 초대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지난해 격렬했던 노동쟁의가 근소한 투표차로 자율적으로 해결된 뒤 9월 선거에서 역시 근소한 차로 당선됐다. 그는 보수·온건성향의 합리적·경제주의 노선, 조합원권익향상과 실리추구, 전노협·현총련등 재야노동세력과의 연대지양, 제도권내의 노동운동지향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 공약을 실천해 가고있다.

 우리의 법외노동운동에도 새지평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 새지평이 확대, 산업평화가 빨리 정착되도록 해야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