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카펫·소파·목재가구 “마치 응접실”/맨투맨 창구… 동선따라 비품 배치 지난 14일 개점한 한미은행 서초중앙지점에 들어서면 지금까지 흔히 보아왔던 은행 영업점과는 전혀 색다른 실내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노랑 빨강 하늘색등 원색이 어우러진 내부공간, 편히 앉아서 업무를 볼 수 있게 부드러운 곡선형으로 배열된 고객창구, 동화나라를 연상시키는 우화적 이미지의 전등 벽시계 공중전화부스등. 이 때문에 은행점포치고는 조금 작은 내부면적(약 1백20여평)도 비좁다기보다는 아늑한 인상을 준다.
지난 16일 문을 연 장기신용은행 압구정동지점도 금융기관 영업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고급주택의 응접실에 가까운 「이색점포」다. 편안한 소파와 자연색 목재가구, 그리고 밀폐된 상담실이 3개나 마련돼 있다. 일자형 창구를 사이에 두고 직원과 고객이 마주보는 대치구조가 아니라 직원마다 컴퓨터가 놓인 널찍한 자기 책상에 앉아 고객과 「맨투맨」거래를 하고 있다. 지점장실이 은행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이는 최근 은행권에 밀어닥치고 있는 「공간혁명」물결의 한 단면이다. 은행점포는 이제 돈만 주고받는 딱딱한 사무실이 아니라 고객의 뇌리에 강렬하고 파격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공간마케팅」의 대상이다.
기존의 은행점포라면 천편일률적인 내부구조를 연상하게 된다. 창구직원은 예금·대부·외환등의 업무에 따라 일렬횡대로 앉아 있고 상급자일수록 뒤에 앉는다. 고객은 창구를 옮겨다니며 늘 서서 일을 봐야 하는데도 대기장소나 통로는 비좁기 짝이 없다. 고객아닌 은행이 중심인, 무의식적으로나마 「고객에 대한 은행의 우월적 지위」를 과시하는 구시대적 공간배치다.
하지만 개방과 경쟁시대를 맞은 21세기형 은행점포에는 우선 「멋」과 「서비스철학」이 담겨져 있다. 실내장식은 현대적이고 도시적이며 예술적이다. 창구도 경직된 직선배열에서 벗어나 타원·원탁등 곡선형이 중심이다. 오디오 비디오 서적등을 갖춘 문화공간은 필수적이다. 작은 비품이라도 고객의 동선에 따라 합리적으로 놓여져 있다. 직원공간은 최소화시키고 고객공간을 극대화했으며 책임자들을 전면배치한 「문턱낮추기」노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보람은행 두산빌딩지점은 대형건물 15층에 위치한 속칭 「스카이점포」. 고급카펫이 깔린 고객통로를 사이에 두고 창구가 좌우로 배치된 독특한 내부구조를 취하고 있다. 제일은행 무역센터지점도 고객이 모든 거래를 한 자리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창구를 여러개로 분리시킨 「섬(도)형창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동화은행 신천동지점은 현금자동입출금기 설치대를 움막집모형으로 만들고 바닥은 대리석, 천장은 우아한 조각품으로 장식했다.
선명한 「점포공간 창조」를 위해 요즘 웬만한 은행들은 설계·디자인등 분야별 전문가를 두고 있으며 대학교수를 디자인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곳도 있다. 한 담당자는 『점포위치와 고객성향, 이미지통합(CI)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점 하나를 만들기 위해 설계도만도 20여장을 그리게 된다』면서 『멋과 서비스의식으로 포장된 점포도 이젠 하나의 상품』이라고 말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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